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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 kg당 75.50위안, 전년 동기 대비 68% 하락
중국발 탄산리튬 생산 증가량 41%, "공급 확대량이 수요 증가량보다 많아"
리튬 채굴 업체 직격타, LG엔솔 등 관련 업체들도 타격 불가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에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도 직격타를 맞았다. 중국의 과잉 공급 탓에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회수하는 핵심 광물 리튬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단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배터리를 포함한 리튬 채굴 등 관련 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리튬 가격 하락세, 난감해진 폐배터리 재활용 업계
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북미에서 추진하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 계획은 사실상 잠정 중단됐다. 당초 고려아연은 파트너사가 확정되는 대로 지난해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업황 둔화, 수급 불확실성 등 업계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고려아연이 온산제련소에서 운영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시험) 설비 가동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하면서 내부적으로 설정한 폐배터리 수급 전망치와 실제 규모의 괴리도 크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리튬 가격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75.50위안(약 1만5,1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2022년 11월 역대 최고 가격(581.50위안) 대비 약 87% 하락했다.
이렇다 보니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일하이텍은 주요 고객사의 리튬 구매 지연, 탄산리튬 회수율 감소 등으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이차전지 소재 제품 가격도 2022년 3만1,487원에서 지난 1분기 2만1,129원으로 약 33% 줄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의 경우 지난해 7월 준공 이후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손익이 2022년 -58억원에서 -1,112억원으로 급격히 늘면서 손실이 확대됐다. 재영텍도 상장 예비심사 청구 일정이 기존 계획보다 미뤄졌고, 새빗켐은 자금 조달을 위해 경영권 일부 매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친 공급량 확대가 원인
이에 일각에선 전기차 캐즘에 따른 리튬 수요 감소가 리튬 가격 하락을 야기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시장에선 "수요 측면엔 큰 변화가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수요 자체는 전반적으로 강세라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신에너지차 생산·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1%, 32% 늘어서다.
결국 공급 확대량이 수요 증가량보다 높은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영 시장조사기관 안타이커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탄산리튬 생산량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65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 둔화 리스크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공급만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하락했단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탄산리튬 시장이 여전히 공급 과잉인 데다 리튬 가격 감소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줄어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오는 3분기 리튬 가격이 새로운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 침체 심화, LG엔솔 실적도 악화
문제는 리튬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를 포함한 관련 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빠졌단 점이다. 당장 직격타를 맞은 건 리튬 채굴 업체들이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인 천제리튬과 간펑리튬은 올해 상반기 각각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천제리튬은 상반기 순손실 규모를 48억8,000만~55억3,000만 위안(약 9,185억~1조473억원) 수준으로 예상했고, 간평리튬은 7억6,000만~12억5,00만 위안(약1,439억~2,367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글로벌 광산업체들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 업체인 앨버말은 호주 케머톤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 확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장 인력 40% 감축안도 발표했다. 이외 세계 최대 광산 업체 BHP는 오는 10월부터 호주 니켈 사업을 잠정 중단키로 했으며, 와일루 메탈스, 파노라믹리소스 등 호주 주요 니켈 개발업체도 사업을 중단했다.
글로벌 광산업체들의 연이은 구조조정으로 광산 개발이 지속 투자해 온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캐나다 등 유망 리튬광산사들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리튬 원료 공급처를 확보해 왔다.국내 1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역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LG엔솔의 2분기 매출은 6조1,6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53억원으로 동기간 57.6%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