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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3.2% 증가, '증세 없는 건전재정'에도 국가채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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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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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증가율 3.2%로 묶어, 2년째 '긴축 페달'
24조원 구조조정에 정부 지출 확대 최소화
민생안정 우선, 보건·복지·고용 예산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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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총지출을 677조4,000억원으로 하는 2025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당초 민생 안정과 내수 진작 등에 대규모 예산 투입이 예고되면서 5%대로 늘릴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3%대 증가율로 긴축 재정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6년 연속 적자 예산안이 이어지면서 국가채무는 1,277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재정준칙 상한 3%'를 강조하며 적자 비율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매년 적자가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증세 없는 건전재정'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정 적자 비율 2.9%, 6년 만에 재정준칙 지켜

27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2025년도 예산안'과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총지출은 올해보다 3.2%(20조8,000억원)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 4.5%와 지난해 중기재정계획에서 제시한 증가율 4.2%보다 낮은 수치다. 반면 내년도 총수입 증가 폭은 중기재정계획 전망치 8.1%에 못 미친 6.5%로 무리하게 재정적자를 늘리기보다 지출 증가율을 낮추는 방향의 긴축 재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2025년 예산안에서도 정부는 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지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24조원에 달하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4조원과 23조원을 감축한 데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20조원대 구조조정이다. 정부의 감축 노력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낮아지며 재정준칙을 간신히 지킬 수 있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재정준칙이 정한 '상한 3%'를 하회한 것은 2019년 2.7% 이후 6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건전재정은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내년 예산안에도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한 정부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에서 24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다부처 협업 예산을 통해 재정의 효과성을 높였다"며 "이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 범위 내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재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민생에 최우선을 뒀다고 강조했다. 12대 부문별로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올해 대비 4.8% 증가한 249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6.8%를 차지했다. 약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상 생계 급여액을 연 141만원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2024년 예산안에서 대대적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26조5,000억원에서 29조7,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고 12개 부문 중 사회간접자본(SOC) 부문만 유일하게 올해 대비 3.6%(9,000억원)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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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및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세수 펑크 등 세입 감소로 6년 연속 적자 예산안

당초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크게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국가 R&D 예산을 지난해 수준으로 복구하기로 했을 뿐만 아니라 내수 경기 회복에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서 증가율이 5%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을 뒤엎고 지출 증가율을 3.2%로 조정하면서 증세 없이 건전재정을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모습이다. 2년 연속 세수 펑크 등 세입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불어난 나랏빚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나, 확고한 건전재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내년에도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25조6,000억원 많은 적자 예산안을 편성하며 6년 연속 적자 예산안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사회보장비, 교부금 등 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의무지출로 채워졌다. 의무지출은 347조4,000억원에서 365조6,000억원으로 5.2% 증가한 반면 정부의 재량지출은 309조2,000억원에서 311조8,000억원으로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0%대 증가율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안 지출 증가율이 올해보다 커졌지만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크게 악화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정상화하고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재정적자가 쌓이면서 국가채무가 1,300조원에 육박하며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나랏빚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내년에 1,277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7.4%에서 48.3%로 오를 전망이다. 국가채무(결산기준)는 2014년 533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500조원을 넘어선 뒤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국가채무는 1,067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내년에 201조3,000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으로,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42조8,000억원 더 많다. 일반회계 세입 부족분 보전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적자국채 역시 86조7,000억원으로 올해 81조7,000억원보다 5조원 더 늘어난다.

정부, 재정준칙 입법 추진해 왔지만 국회서 표류

문제는 정부가 재정준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세수가 감소하면서 스스로 제시한 목표치마저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원으로 GDP 대비 적자 비율은 3.9%를 기록했다. 재정준칙 상한 3%를 넘겼을 뿐 아니라 당초 목표치인 3.6%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당시 기재부 재정성과심의관은 "예산 편성 때보다 세수가 감소한 탓"이라며 "세수가 줄어든 만큼 지출을 함께 줄이면 목표치를 지킬 수 있지만 경기 침체에 대응해 지출 축소를 최소화해 적자 비율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연간 목표치인 91조원을 넘어 103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팬데믹으로 지출이 급증했던 2020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적자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법인세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조1,000억원 줄어들면서 총수입이 3,000억원 감소한 반면, 대규모 신속 집행으로 총지출은 20조3,000억원 증가한 결과"라며 "통상적으로 부가세나 법인세 등 수입이 적은 6월에 재정수지 적자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올해도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세수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추진해야 할 재정 지원 정책이 많아 올해 재정 적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 상한을 골자로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위성을 설득할 논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준칙 제정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재정준칙의 한계를 지적한다. 국가채무비율 60%·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의 한도가 어떻게 산출된 기준인지, 재정준칙이 재정 건전화를 위한 수단으로 효과적인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준칙은 말 그대로 법령적 사안으로 매우 경직된 속성을 지니기 때문에 유연성에 대한 기준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실업률이 치솟고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재정준칙을 발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국은 지난 2020년 10월부터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폐기됐고, 22대 국회 들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에서는 보다 전향적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 기존 기준을 강화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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