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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정책금융 상품 '햇살론뱅크' 취급 줄여
주요 보험사 근로자햇살론 신규 출시도 줄줄이 지연
'서민금융기관' 저축은행은 여신 축소 기조
5대 시중은행의 햇살론뱅크 공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낮은 수익성, 높은 연체 리스크 등이 공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저신용·저소득 금융 소비자의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보험사 역시 근로자햇살론 등 정책금융 상품 취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 햇살론뱅크 공급액 급감
11일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올해(1~8월) 햇살론뱅크 공급액은 총 7,317억원이다. 이 중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공급액은 14억원(전체 중 0.1%)에 불과했다. 이는 올해 집계된 공급액이 8개월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미진한 수치다. 2022년과 지난해 연간 5대 은행의 햇살론뱅크 공급액은 각각 200억원(1.6%), 123억원(0.9%) 수준이었다.
햇살론뱅크는 정책금융 상품을 6개월 이상 성실히 상환해 신용이 개선된 대출자가 최대 2,5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햇살론’과 달리, 햇살론뱅크는 1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다. 저소득·저신용자가 은행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징검다리 성격을 갖고 있다.
주요 은행이 햇살론뱅크 공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 관계자는 “햇살론뱅크 이용자는 대부분이 저신용·저소득자라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은행이 대출금의 10%를 보증하는 구조상 손실을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햇살론뱅크의 연체 리스크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햇살론뱅크를 통해 돈을 빌린 차주가 상환에 실패하며 발생한 대위변제액(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를 대신해 정책기관이 갚은 금액)은 올해 8월 말 기준 2,453억원(대위변제율 14.6%)에 달한다.
'근로자햇살론' 출시 미루는 보험사들
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기피하는 흐름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 2022년 12월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KB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DB손해보험, 현대해상, 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가 근로자햇살론 상품을 취급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근로자햇살론은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연 소득이 3,500만원 이하이거나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면서 연 소득이 4,500만원 이하인 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금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하지만 현시점 이들 보험사 중 근로자햇살론 상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삼성생명뿐이다. 대다수 보험사의 상품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금원 측은 “근로자햇살론을 언제 (신규) 도입하겠다고 확정 지은 보험사는 없다”며 “현재 상품 개발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전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시 시기는) 해당 보험사가 어디까지 전산 개발을 완료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보험업계가 근로자햇살론 상품 출시를 서두를 가능성이 사실상 낮다고 본다. 한 시장 관계자는 "햇살론은 마진이 매우 적은 상품이며, 특히 요즘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는 조달 비용이 늘며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저신용자 대출 특유의 부실 리스크 역시 (보험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근로자 햇살론의 대위변제 비율은 △2022년 10.4% △2023년 12.1% △올해 2분기 12.7% 등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연체 사례가 급증하자 서금원은 지난 8월 근로자 햇살론의 원금 상환을 최대 1년까지 유예하는 긴급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저축은행권도 '대출 빗장'
중·저소득자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저축은행권의 여신 잔액은 96조9,4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0월(95조5,783억원)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여신은 지난 5월(99조9,515억원) 2년 6개월 만에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후 3개월 연속 100조원을 하회했다.
저축은행권 여신 잔액 감소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지목된다. 현재 대다수 저축은행은 부실 및 실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대출 영업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분간 이익을 내는 것보다 방어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실 자산을 정리하면서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