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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종결 가까워지며 공사비 상승세 꺾여
철근·시멘트 등 주요 자재비 상승세 정점 찍었다는 평도
주요 건설사 원가율 90%대 초반 유지
상승세를 보이던 건설공사비 오름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공공사업과 민간 재건축, 재개발 공사비 분쟁이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공사비 상승의 주요 요인인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공사비 급등이나 급락은 줄어들고 현재의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기 침체에 원자재 및 부자재 가격 동반 하락세
17일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현대·GS·대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아이에스동서 등 주택 중심 건설사 6개사의 원가율은 2021년 86%에서 시작해 2022년 90%, 2023년 93%, 올해 2분기까지 92%를 기록하면서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 건설 공사비에서 가장 큰 비중(약 40%)을 차지하는 철근, 시멘트 등의 핵심 자재비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건설 경기 부진으로 주요 건설 자재들의 공급 대비 수요가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0p로 전월 대비 0.01% 내려가 2달 연속 하락했다. 지난 6월 건설공사비지수가 전월 대비 0.07% 떨어진 130.11을 기록한 데 이어 연속해 내려간 것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129.77을 기록하고 소폭 상승하며 현재까지 1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9월 들어 시장 가격이 더 떨어진 만큼,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사비는 하반기 들어 빠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사비지수는 지난 2021년 초부터 3년간 25.8% 상승했는데, 공사비가 급증하자 공공사업과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분쟁이 이어졌다. 늘어난 공사비 부담에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공사 현장이 줄어들었고, 자재 수요도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동 전쟁의 확전이나 미국 경기침체 악화 등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할 요인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건설 업계는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 내년부터는 건설 경기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한다. 원자재 가격 하락, 금융 비용 감소 등, 건설 경기 부양 요건이 모두 갖춰지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에 쌓여있는 막대한 미분양이 해결되기 전까지 본격적인 건설 경기 회복을 점치기는 다소 어렵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소한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도 건설 공사비 상승폭 2% 안팎으로 관리하겠다 나서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달 초 건설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연 2% 내외로 관리하고 향후 공사비 상승률을 장기 평균인 연 4% 수준으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공사비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인건비와 함께 시멘트 값 상승이 꼽히는 만큼 정부는 민간이 해외 시멘트를 수입할 때 애로 사항을 해소해 주기로 했다. 또 주요 자재·건설기계 분야의 불공정행위 6개월간 특별 점검과 주요 자재별로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가동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등 전쟁 여파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3년 127.90으로 3년간 27.9% 올랐다. 공사비는 올해 들어 7월까지 1.6% 오르며 상승세가 주춤해 졌지만 장기 추세선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시멘트의 경우 원료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계속 올라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에 대해 애초에 시멘트 업계가 제시한 인상분이 모두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인하는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전기료 및 인건비, 환경설비 투자 등을 고려하면 시멘트 업계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주요 자재별로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구성해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율적인 ‘가격 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시멘트 값이 최근 4년간 49.3% 오른 만큼 민간에서 가격이 싼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추진할 경우 항만 내 저장시설 설치 절차를 단축하고 내륙 유통기지를 확보하는 등 지원할 계획이다.
건설 경기 회복세와 내수 진작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건설 경기 침체를 꼽는다. 내수 시장의 근간이 아파트 분양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에 달려 있는 만큼, 내년 이후에 공급 물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회복되고 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하가 건설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와 올해 공급 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이 형성됐던 것도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점에서 다시 철근 및 시멘트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 초부터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에 저가로 들어오고 있었으나, 다시 중국 정부 중심의 경기 부양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 저가 철강재의 국내 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정책 지원에 따른 시장 형성이 내년 건설 경기 회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올해까지는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정책 당근이 제시돼도 집행이 힘들었으나, 정부 발주 프로젝트의 비용 정산 방식이 바뀌면서 수주 물량 자체가 비용 부담을 반영해 책정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공급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이나 패스트트랙,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도입으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