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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야흐야 신와르 사망 직전 ‘최후의 영상’ 공개
신와르, 얼굴 가리고 숨은 방에 들어온 드론 공격으로 사망
휴전 반대 강경파 사망에 중동 정세 급변 예측 팽배
드론 공격력에 글로벌 군수 시장 내 드론 수요 증가 전망도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흐야 신와르(Yahya Sinwar)가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 숨을 거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 직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가자 전쟁을 촉발한 핵심 인물인 신와르의 사망으로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對) 이스라엘 강경파 신와르 사망 확인
17일 (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신와르가 사망한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의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0대 훈련병의 목적 제보를 받고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위치한 하마스 세력의 건물 일부를 파괴했다. 포격으로 인한 먼지가 걷히고 난 뒤 건물 수색 중 하마스 1인자인 신와르의 시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눈 주위 사마귀와 툭 튀어나온 치아 등을 바탕으로 신와르의 신변을 확인했고, 이어 소지품 등을 통해 시체가 신와르라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신와르가 사망하기 직전 최후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신와르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만 명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하마스의 학살자’, ‘칸유니스(가자 남부 도시)의 도살자’라는 별칭도 가진 인물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에 암살된 ‘하마스 1인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후임인 신와르의 강경한 태도 탓에 이스라엘 - 하마스 휴전 협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이 있을 정도였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47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드론이 부서진 건물의 창을 통해 건물의 잔해, 베개, 문 등으로 어지럽혀진 건물 내부로 진입, 흙먼지가 날리는 건물 내부에서 홀로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촬영했다. 영상은 천으로 만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를 붉은 선으로 표시하며 신와르라고 설명했다. 영상은 신와르가 자신을 촬영하는 드론을 응시하다 막대기로 보이는 것을 드론 쪽으로 던지며 저항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의 사망, 중동 전쟁 판세 급변 전망
신와르가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올해 8월로 하마스의 실질적인 수장직에 오른 지 3개월 만에 사망한 것이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단행한 대규모 기습 공격의 기획자로 알려져 ‘가자 전쟁’이 발발하게 만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때문에 이스라엘 군인과 정보요원들은 수개월 동안 신와르를 찾아내려고 애쓰며 단서를 찾았다. 그러나 신와르는 좀처럼 덫에 걸리지 않았다. 신와르의 DNA는 6주 전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터널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신와르를 사망이 발표되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중동 전쟁의 종결을 희망한다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카멀라 해리스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주요 미국 정치 관계자들도 중동 전쟁 종결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놨다. 국내 정치 전문가들 역시 대외 강경파 중에서도 초 강경파로 분류되던 신와르의 사망이 중동 일대 아랍 세력 전체에 주는 상징적인 신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 7월 하니에가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암살당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 차례 급변한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미 암살단 투입을 통해 지도자를 제거한 사건이 있었던 데다 심지어 기술 무기인 드론으로 다음 지도자를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준 만큼, 하마스를 포함한 아랍 세력 지도자들이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논평했다.
자살특공대 스타일 공격력에 드론 무기 수요도 급증
그런가 하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그간 기술 개발에 한창이던 드론 무기 시장에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신와르가 드론이 보유한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천으로 덮었다는 점과, 드론 공격 사거리 및 방어 메커니즘을 피하기 위해 막대기를 던지는 방식으로 반격했다는 점도 군사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신와르가 신체의 빠른 동작, 무기류 등을 직접적인 공격 의지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드론 소프트웨어를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론 대응 방식을 실제 무기가 아니라 막대기로, 원거리에서 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봤다.
게다가 이미 러-우 전쟁에서 드론 무기의 위력을 여러 차례 실감한 데다, 암살 작전에도 투입할 수 있는 역량까지 확인된 만큼, 향후 국방 시장에서 드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경우 AI(인공지능) 기반 드론 무기로 상상률이 80%까지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바바 야가(Baba-Yaga)로 불리는 폭격 드론은 러시아군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다. 바바 야가는 프로펠러가 6~8개인 농약살포용 드론을 폭격기로 개조한 것으로, 낮게 비행하다 러시아군 기지 주요 시설물에 2,000도의 쇳물을 붓는 방식으로 화재를 일으키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신와르 사망이 각국 지도자들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드론 공격에 대응한 드론 추적 레이더, 드론 회피 알고리즘 개발 등에 군사·안보 분야의 관심이 한층 더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