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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3년째 유류세 인하 중, 세계 각국 세수 부담에 인하 포기도 늘어
정부, 물가 상승세 1%대로 꺾였으니 유류세 인하 끝내도 된다는 입장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내년까지 기다린 뒤 결정해야 된다는 주장도
정부가 연말까지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유지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안정되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환경이 조성됐지만,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격히 출렁이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부족한 세수를 채워야 할 필요성과 물가 안정을 유지하려는 목표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021년부터 3년째 유류세 인하 중, 세수 부담 커져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주 중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6월 17일과 8월 21일에 각각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류세 탄력세율 한시적 인하 조치는 지난 2021년 11월 처음 시행 후 3년 가까이 연장 중으로, 현행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20%,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30%다.
기재부는 당초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8월에도 유류세 환원을 고려했지만 국내외 불확실성과 물가 동향을 고려해 11번째로 유류세 인하를 연장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와 관련 "큰틀에서 보면 (유류세 인하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국민들의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기적으로 유류세에 관심이 있을 만한 시기인 것 같다"며 "아시는 바와 같이 한시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했던 국가들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국가가 환원해서 복원시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1월부터 어떻게 할지는 큰틀 안에서 국내외 물가나 가계부담 등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결론 내려 알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수 부족으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당초 344조원의 세수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무려 56조원의 '세수펑크'가 났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줄어든 337조원의 세수가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초 전망치보다 30조원가량의 세수 부족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지난달 3년 6개월 만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데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6% 하락했다는 점에서 유류세 인하 종료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복합 위기, 한국은 그래도 오래 버틴 편?
정부 측 관계자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세수 부족에 신음하며 유류세 인하 및 보조금 지원 등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도체 수출 급락 등에 따른 법인세수 축소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오랫동안 민간 지원을 이어갔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미국은 2022년 6월과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 유류세 3개월 면제를 국회에 요청했으나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정부는 세수 감소분만큼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세청의 9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3년간 유류세 감세로 2022년 5조1,000억원, 2023년에는 5조2,000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있었다. 2021년 말부터 올해까지 합산하면 약 13조원의 세수가 감소됐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인 점과 러-우 및 중동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점 등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재료로 기대하는 요소다. 겨울철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인해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유가 하락분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유류세 인하 종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간의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유류세를 인하 조치를 유지한 것이 포퓰리즘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종료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세 인하, 서민들이 이득 본 건 맞을까?
유류세 인하가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인하 종료에 무게를 더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유류세 인하는 대형차 운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소득 역진적 문제'를 가진 세제 혜택 제도라는 것이 경제학계의 정론이다. 지난 3년간의 유류세 인하 역시 버스, 트럭 등의 대형 차량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갔고, 일반 서민들에게는 최대 월 1~2만원 정도의 세제 혜택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퓰리즘적인 성격이 강한 유류세 인하 정책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세수 부족분을 채워 넣고 다른 복지에 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실제 국민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상이한 제도로 유류세 인하를 꼽았다. 고유가로 인해 물가 피해가 크다는 것이 일반의 통설이지만, 실제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자차 운전 비율과 실제 1가구가 소비하는 휘발유·경유량을 따져볼 때, 유류세 인하를 통해 월 2만원 이상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