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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CVC 지분 매각 규제 완화 움직임 본격화
"CVC가 투자하면 잘 큰다" M&A 촉진·기업가치 증대 효과 확인
규제 완화 이후 오너 일가 사익 추구 가능성은 변수
정부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이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의 지분을 업무집행조합원(GP)과 출자자(LP)의 계열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CVC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식을 다양화해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중기부, CVC M&A 규제 완화 나선다
21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달 18일까지 기관과 단체의 의견을 받는다. 개정안은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제37조 제2호 라목에 ‘벤처투자조합의 투자 기업 지분을 GP 계열회사와 벤처펀드의 LP 및 그 계열회사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CVC가 그룹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행위 자체는 기존 벤처투자촉진법도 허용하는 행위지만, 최대 수십 곳에 달하는 출자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거래 자체가 드물었다. 이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CVC협의회 등에서는 인수합병(M&A)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CVC 투자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시장은 중기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벤처투자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매각 규제 완화를 통해 CVC의 엑시트 방식이 다양해지면 (CVC의) 투자 역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CVC 투자가 업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해 규제 완화를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CVC의 투자는 스타트업 M&A 촉진, 기업가치 증대 등 각종 선순환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스타트업 M&A 현황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스타트업이 타 기업에 인수된 사례는 59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자체 확보한 데이터와 스타트업 정보업체 더브이씨가 보유한 데이터를 취합한 수치다.
이 중 CVC로부터 투자 유치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의 M&A 사례는 169건(65.8%)으로 CVC 투자가 없는 스타트업의 M&A(88건, 34.2%) 대비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이에 대해 "기업은 CVC 투자를 통해 해당 분야의 트렌드나 주요 기업을 확인할 수 있다"며 "마켓센싱 기능이 스타트업 M&A를 촉진하는 기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C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중앙값은 220억원으로, CVC 투자를 받지 않은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중앙값(102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CVC, 사익 추구하면 어쩌나" 우려도
다만 일각에서는 매각 규제가 완화될 경우 CVC가 출자자의 이익보다 모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활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총수 일가에게 투자사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없는 상황에 무작정 매각 규제를 완화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CVC가 출자자, 더 나아가 벤처투자 업계의 이익을 무시하고 오너 일가의 사익을 위해 움직일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중기부는 개정안에 'CVC는 매각 시점에 공정가치를 평가해 적정한 가격을 받아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러나 독립계 벤처캐피털(VC) 업계는 해당 단서 조항만으로 CVC의 사익 추구를 막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의 공정가치 평가는 추정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해 지극히 주관적”이라며 “(섣불리 규제를 완화할 경우 CVC가) 모태펀드나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 출자자의 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하고, 그 돈으로 인수한 지분을 오너 개인 회사 혹은 오너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매각하는 등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역설했다.
CVC의 이해상충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CVC는 공정거래법, 벤처투자촉진법 등에 따라 매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결산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CVC 업계 종사자는 “CVC가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중기부가 내세운 단서 조항과 보고 의무 등을 고려하면, CVC가 사익을 위해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는 사실상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