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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재벌’ 일론 머스크가 민주주의 훼방” 美 상원의원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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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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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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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고개 드는 ‘일론 머스크 경계론’
“억만장자들이 기술·미디어 장악” 비판
트럼프 당선인과 공조 지속 여부 불확실
일론 머스크 차기 미국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임명자/사진=테슬라

미국의 민주주의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등 소수 부유층에 권력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정치권을 대표하는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머스크를 두고 ‘독점재벌’이라고 칭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정계는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공조가 계속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에 기름 부은 머스크

23일(현지 시각)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지난 19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국가로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독점재벌이 지배하는 전체주의로 전락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머스크를 겨냥했다. 이런 발언은 새해 연방정부 예산안의 처리가 의회에서 지연돼 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왔다.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을 맡은 머스크가 해당 예산안에 강력히 반대하며 셧다운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샌더스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머스크를 ‘그림자 대통령’에 비유하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트럼프 당선인을 압도한다는 평가에 빗대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부 예산안에 관한 초당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수개월간 협상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인 ‘일론 머스크 대통령’은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샌더스 위원은 “나와 반대편에 속한 진영에서도 좋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일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한때 국방부를 비롯한 연방정부에 대한 머스크의 개혁 방침을 높이 평가한 바 있으나, 정부 셧다운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다. 1981년 정계에 입문한 샌더스 의원은 그간 정부 재정지출의 투명성 확대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

아울러 샌더스 의원은 머스크의 막대한 부와 영향력이 공공 정책과 민주적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근거로는 "X를 통해서는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으며,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를 통해서는 주요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머스크가 현재 미국 경제계와 정치계에서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과두제(Oligarch)’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기술과 미디어를 장악해 일반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결정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선출되지 않은 그림자 대통령’ 비판 일색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머스크의 행보는 이와 같은 우려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지난 17일 임시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기존 임시 예산안의 시한이 이달 20일 만료되는 만큼 그전에 새 예산안을 통과시켜 연방정부 기능 마비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예산안 통과 없이 지출이 불가능한 연방정부는 예산 시한이 만료되면 국방, 치안 등 필수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머스크는 18일 오전 임시 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X에 “예산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2년 안에 의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후 약 150개의 관련 게시물을 쉴 새 없이 올리며 여론을 조성했다. 트럼프 당선인 또한 “민주당에 거저 주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예산안이 필요하다”며 힘을 보탰다. 결국 공화당 지도부는 수정된 예산안을 작성해 표결에 부쳤으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하원의원 38명까지 가세하면서 수정안이 부결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머스크가 여러 민간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차기 행정부에서 DOGE 수장을 역임하는 과정에 이해충돌 문제가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맥스웰 프로스트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선출되지도 않은 억만장자를 대통령으로 추대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 또한 “머스크가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과 회사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20일(현지 시각) 공개한 일론 머스크와의 만남/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내가 제일 잘나가” 트럼프 당선인 속내 깜깜

정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과 머스크의 공조 지속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1기 집권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보다 돋보이는 참모를 내치는 경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측근으로 주목받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돌연 사임했다. 이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백악관의 전략가는 오직 나뿐”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배넌의 존재감을 지우기 위해 애썼다.

다만 머스크가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인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단기간에 그를 외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에 2억3,9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트럼프가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홍보한 단체 ‘RGB 팩’에는 2,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했다. 그가 올해 정치단체에 기부한 총금액은 최소 2억7,400만 달러(약 3,700억원)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트럼프의 성공적인 선거운동을 이끈 주요 재정적 원동력”이라고 평가하며 “머스크의 개인 재산은 선거 이후 1,000억 달러(약 140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 확실시된 만큼 그의 회사도 막대한 이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의 자산은 대선 직후인 지난달 6일 단 하루 만에 265억 달러(약 37조7,300억원)가량 불었으며, 현재 그의 자산 가치는 3,617억 달러(약 515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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