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SPC 설립·영업 양수도 방식 매각 유력 유증 관련 시장 우려엔 “계획 없어” 한 차례 매각 무산, 1조원대 몸값 물거품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 본계약을 앞두고 한차례 무산된 이후 그룹 내 효성티앤씨에 인수된다. 양사는 이번 합병으로 세계 2위 삼불화질소(NF3)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은 1조원에 미치지 못한 특수가스 사업부의 몸값과 자금조달 방법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생산능력 증대·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
12일 효성티앤씨는 이사회를 열고 효성화학의 용연, 옥산공장 생산시설을 포함한 특수가스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9,200억원으로 정해졌다. 지난달 효성화학 특수가스 매각이 결렬된 이후 불과 20여 일 만의 일이다. 매각은 기존에 추진해 온 영업 양수도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효성화학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특수가스 사업을 양도하고, 해당 SPC의 지분을 파는 것이다. 직접 영업 양도의 경우 상법 제374조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법인의 지분을 사고파는 것이라면 이사회 결의로도 충분하다. 효성티앤씨는 내년 1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인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효성화학은 지난 7월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매각 대금을 놓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0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FI 대신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그룹 측에서도 이를 부정하지 않으며 기정사실화 했다.
업계에서는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하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중국에 연산 약 3,500만 톤의 특수가스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미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사업부 단일화로 생산능력 증대는 물론 비용 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이익을 꾸준히 내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외부로 매각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던 터라, 내부에서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에 효성화학에 자금을 조달해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는 상황인 만큼 이후 매각 절차도 빠르게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형 자산 처분으로 자금 조달”
문제는 인수 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자금조달이다. 당초 논의된 매각금액이 1조원~1조3,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효성티앤씨 역시 1조원 안팎에서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일각에서는 유상증자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효성 측은 유상증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효성티앤씨는 11월 말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 코퍼레이트 데이(Corporate Day)에서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한다면) 보유한 유형자산 및 차입금을 감축하는 안을 생각하고 있으며, 유상증자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적정 가격 협상과 유형 자산 처분으로 인수 자금 조달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효성티앤씨의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989억원, 보유 매출채권은 9,748억원 수준이다. 매출채권은 아직 회수되지 않은 자산으로 일종의 ‘외상값’으로, 대부분의 매출이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최근의 고환율 기조가 효성티앤씨의 자금 조달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효성티앤씨의 현재 부채비율 또한 160% 수준을 나타내는 등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어 외부 차입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입장에서는 효성화학의 재무 부담을 덜면서 사업 재편까지 모색할 수 있는 거래인 셈이다.
너무 비싸도 문제, 싸도 문제
시장의 관심은 이제 매각 대금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업계 추산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의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50억원 수준으로, 이는 IMM·스틱 컨소시엄이 우협 선정 단계에서 1조3,000억원을 제시했을 때보다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다. 당시 컨소시엄은 지난해 EBITDA 650억원에 20배를 적용해 인수대금으로 1조3,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그간 업계에서는 1조원을 넘는 매각가는 시장이 평가하는 특수가스 사업부의 가치와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1조원이란 기업가치를 산출하려면 EBITDA 멀티플을 20배 넘게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컨소시엄과 협상 당시에도 과도한 거래 배수란 평가가 있었다. 시장 참여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수준의 높은 몸값이 책정되면 경영진 배임 혹은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최종 매각가가 9,200억원으로 책정되며 이와 같은 우려는 일부 진정되는 모습이다. 다만 효성티앤씨에는 특수가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 발휘와 성과 입증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효성티앤씨 주가는 이번 인수와 관련한 검토 소식이 전해진 11월 중순을 기점으로 줄곧 내림세를 거듭 중이다. 지난달 12일 종가 기준 28만4,000원이던 주가는 이날 22만6,500으로 20% 넘게 하락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인수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여전히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