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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철, US스틸 철강 생산량 관련 우려 일축 "일본제철 인수가 답이다" US스틸도 여론 진화 총력 시장 경쟁력 위축되며 사업 매각 불가피해져
미국 철강 대기업 US스틸 인수를 추진 중인 일본제철이 인수 승인을 위한 '강수'를 뒀다. 향후 US스틸의 생산 능력 축소 시 미국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US스틸 측 역시 매각 성사를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반대 여론 진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제철 "US스틸 생산 능력 감축 無"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에 향후 10년간 당국의 승인 없이 US스틸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안을 저지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이번 제안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일본제철의 이 같은 제안에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CFIUS는 지난해 12월 2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백악관에 통보하고, 일본제철의 인수를 허용할 경우 미국 내 철강 생산이 감소해 안보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필요성 호소하는 US스틸
US스틸 역시 매각 거래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매각이 무산될 시 공장을 폐쇄하겠다며 강경책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매각 계획이 무산되면 피츠버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몬밸리 제철소를 폐쇄하고, 본사도 피츠버그 밖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일본제철이 US스틸에 투자하기로 한 30억 달러(약 4조221억원)가량은 공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거래가 실현되지 못하면 이런 일들을 할 수 없고, 나는 그럴 만한 돈이 없다"고 했다. US스틸이 일본제철에 인수되지 못하면 아칸소주 소재 공장처럼 자본 집약도가 낮은 형태로 생산 라인 전반을 전환해야 하며, 이에 따라 본사도 인근 지역으로 이전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US스틸의 매각 성사를 위한 '여론전'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US스틸은 일본제철의 인수 계획에 반대하는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서 US스틸은 "(일본제철과의 거래가 결렬될 경우) 미국 전체에 손실이 될 것”이라며 “일본제철의 인수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미국 철강업계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US스틸의 위기
이처럼 US스틸이 일본제철과의 인수 거래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생존 위기'가 있다.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된 US스틸은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상징성 있는 기업이지만, 20세기 후반 들어서 일본과 독일, 중국 등에 철강 시장 주도권을 내주며 힘을 잃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미국 주요 500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근 들어 위기는 한층 가중됐다. 밀려 들어오는 중국산 저가 철강으로 인해 US스틸이 시장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부동산 시장 침체, 건설업 부진 등으로 인해 쌓여있는 철강 물량을 덤핑 수출하면서 글로벌 철강 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미국산 철강 가격은 지난해에만 약 40% 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US스틸의 최대 수출 시장인 유럽에서 자동차 산업 침체 등으로 철강 수요가 줄어든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벼랑 끝에 몰린 US스틸은 결국 지난 2023년 사업 매각을 결정했고, 같은 해 말 일본제철이 경쟁 입찰 끝에 인수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은 노조와 정치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US스틸을 149억 달러(약 21조9,2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제철과 US스틸의 거래를 둘러싼 잡음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무산될 경우 US스틸이 사실상 '재기 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