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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전쟁으로 더 ‘부자 된’ 러시아 기업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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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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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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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 대상 러시아 기업인, 오히려 ‘전쟁 특수’
해외 자산 매입, 수입 대체 산업 성장, 유럽 시장 불안정, 국내 수요 폭발
메커니즘 이해 못 한 ‘제재의 한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유럽인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전쟁의 혜택을 누리는 소수의 러시아 기업가들이 있다. 이들은 해외 자산을 헐값에 사거나, 수입 대체 산업 성장에 힘입거나, 유럽 시장 붕괴의 혜택을 보거나, 늘어난 국내 수요 덕에 추가적인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전쟁 발발 후 러시아 억만장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으며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인물들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CEPR

러시아, 전쟁 이후 억만장자 수 ‘더 늘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바로 전인 2021년 12월, 포브스(Forbes)의 ‘러시아 최고의 부자 사업가 200인’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123명의 억만장자가 있었는데 작년 12월에 숫자가 125명으로 늘었다. 10명을 넘는 부자들이 전쟁에 항의하거나 제재를 피하고자 러시아 국적을 포기했음에도 나온 결과다. 2021년 명단에 있던 부자들 중 1/3이 전쟁 이후 재산이 늘어났고 1/4만 감소했다. 제재 대상 기업인들이 비제재 대상보다 더 잘된 경우도 많은데, 40%가 재산 증식을 경험했고 20%만 부자 명단에서 빠졌다.

제재가 대상 기업인들의 경제 활동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억만장자들은 제재에 빠르게 적응하거나 전쟁으로 인한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물론 원래부터 부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제재 대상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지만, 제재 대상과 비제재 대상과의 재산 축적 패턴 차이는 전쟁이 변화시킨 경제적 요인들을 분명히 보여준다.

철수 해외 기업 자산 헐값 인수로 ‘몸집 불려’

먼저 해외 자산 인수다. 러시아 기업가들은 제재로 인해 해외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남겨놓은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사모펀드사인 키스멧 캐피털 그룹(Kismet Capital Group)의 이반 타브린(Ivan Tavrin)은 네덜란드 투자자로부터 물류 및 부동산 업체인 아비토(Avito)를 인수해 24억 달러(약 3조5천억원)의 재산으로 포브스 순위 55위로 수직 상승했다.

블라디슬라프 스비블로프(Vladislav Sviblov)는 캐나다의 킨로스 골드(Kinross Gold)를 사들여 11억 달러(약 1조6천억원)로 116위에 이름을 올렸고, 은행 분야에서는 블라디미르 포타닌(Vladimir Potanin)이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의 자회사인 로스뱅크(Rosbank)를 인수해 가즈프롬(Gazprom)과 로즈네프트(Rosneft) 등 대형 회사 지분까지 확보했다.

독일 기업 헨켈(Henkel)의 러시아 화장품 사업을 인수한 빅토르 카리토닌(Viktor Kharitonin, 20위)과 보유 회사 프로텍(Protek)을 통해 제약업체 바이온(Bion)을 사들인 바딤 야쿠닌(Vadim Yakunin, 94위)도 수혜자다. 에너지 기업 루코일(Lukoil)의 바짓 알렉페로프(Vagit Alekperov)는 쉘(Shell), 에넬(Enel) 등 서방 기업 자산 인수로 러시아 부자 사업가 순위 3위에 등극했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들도 러시아 사업을 접고 자회사를 매각했다. 이 기회를 활용해 사이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 랩(Kaspersky Lab)은 굵직한 정부 계약을 따내며 창업자인 유진 카스퍼스키(Eugene Kaspersky)를 101위에서 66위로 수직 상승시켰다.

수입 대체품 산업, 정부 계약 힘입어 급성장

전쟁과 이에 따른 제재로 수입 대체품 생산에 주력하는 산업들도 크게 성장했다. 제약 및 농업 부문에서는 정부 계약도 한몫했다. 파마스탠다드(Pharmstandard)의 빅토르 카리토닌(Viktor Kharitonin)은 재산을 두 배로 불려 20위에 올랐고, 동업자인 에고르 쿨코프(Egor Kulkov)도 42억 달러(약 6조원)로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농업계 거물인 알렉산더 루첸코(Alexander Lutsenko, 53위)와 이고르 쿠도코르모프(Igor Khudokormov, 76위)는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순위에 진입했다. 아스트라 그룹(Astra Group)의 데니스 프롤로프(Denis Frolov)도 러시아 주요 기업과 정부 기관의 소프트웨어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를 따내며 121위에 이름을 올렸다.

교통 및 운수업도 항공 및 물류 업체들에 국가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대박을 맞았다. S7 항공(S7 Airlines)의 블라디슬라프 필리요프(Vladislav Filev)와 이온 코퍼레이션(AEON Corporation)의 로만 트로첸코(Roman Trotsenko)는 상당한 재산 증식을 누렸고,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Domodedovo Airport)을 운영하는 드미트리 카멘시크(Dmitry Kamenshchik)도 60위로 순위를 올렸다.

비료 및 에너지 부문, 유럽 시장 불안정 덕 ‘톡톡히’

비료와 에너지 산업은 전쟁으로 인한 유럽 시장 영향의 가장 큰 수혜주로 떠올랐다. 우랄켐(Uralchem)과 아크로 그룹(Acron Group) 등 비료 회사들은 유럽 시장 불안정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렸고 아크로 그룹의 비아츨라프 칸토르(Vyacheslav Kantor, 13위)는 재산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에너지 업계 역시 제재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률을 올려 레오니드 미켈슨(Leonid Mikhelson, 1위)과 제나디 팀첸코(Gennady Timchenko, 6위)의 순위 상승을 도왔다. 폭발물과 탄약 등 군수 물자 납품 산업도 활황이다. 우랄켐(Uralchem)은 군수업체들에 핵심 물자를 공급하며 수익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수입 및 여행 규제로 내수 산업 ‘폭발’

수입 및 해외여행 규제와 함께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결재 시스템(SWIFT payment system)에서 떨어져 나가며, 국내 수요가 폭발해 내수 업체들의 성장을 돕기도 했다. 세르게이 슈나이더(Sergey Schneider, 93위)가 소유한 슈퍼마켓 할인 체인 스베토포(Svetofor)는 러시아 국민들의 실질 소득 감소에도 성장을 기록했고 레드&화이트(Red&White)의 세르게이 스튜덴니코프(Sergey Studennikov)도 늘어난 알코올 소비 덕에 32억 달러(약 4조7천억원)로 3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편 DNS 그룹과 파투슈냐크(Fartushnyak) 형제가 운영하는 스포츠마스터(Sportmaster)도 가전, 스포츠용품, 의류 등 늘어난 국내 수요로 호황을 누렸다.

포브스 순위는 러시아 부호들이 어떻게 제재에 적응하고 전시 경기 변화를 활용해 부를 쌓았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전쟁 발발 전 서구 기업들의 기술과 투자에 의존하던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셈이다. 하지만 전쟁을 이용한 축재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윤리적, 정치적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제재가 말 그대로 ‘징벌’(punitive measures)에만 주력했을 뿐 전시 상황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시메온 잔코프(Simeon Djankov)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정책 책임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ho benefits from Russia’s war in Ukrain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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