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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스코다파워, 프라하 증시에서 상장 예정 "영국·프랑스 두고 왜" 체코 IPO 결정에 의문 품는 시장 체코 시장 성장 가능성·유럽 진출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돼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체코 프라하 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 의문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시장 주요국이 아닌 체코에서 상장을 단행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두산스코다파워가 당장의 수주 실적과 자금 확보가 아닌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상장 국가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스코다파워의 IPO 계획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스코다파워는 전날 체코 프라하에서 현지 언론 매체와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상장의사발표(ITF)를 진행했다. 주당 공모 가격과 일정 등 공식적인 투자 가이드라인은 오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민간 발전 기자재 생산 업체가 체코 증시에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산이 2009년 체코의 터빈 제조사 스코다파워(1869년 설립)를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꾼 회사로, 현재까지 체코 등 유럽에서 540기 이상의 증기 터빈을 공급했다. 향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속속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두산스코다파워가 팀코리아의 유럽 원전 시장 내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모회사 두산에너빌리티는 선제적으로 두산스코다파워에 투자를 단행했고, 발전기 기술을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술 이전이 완료되면 두산스코다파워는 2029년부터 소형 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복합화력 등 발전소용 발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왜 하필 체코인가" 시장 의문 제기
두산스코다파워의 상장 소식을 접한 시장은 두산스코다파워가 굳이 '체코 증시'를 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의문스러운 점은 두산스코다파워가 유럽 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체코'를 선택했다는 것"이라며 "시장 곳곳에서는 굳이 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아닌 체코에서 IPO를 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스코다파워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SMR이 향후 체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영국이 이미 한발 앞서 체코 SMR 시장을 선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체코전력공사(CEZ)는 영국의 SMR 전문기업 ‘롤스로이스 SMR’과 SMR을 배치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CEZ가 롤스로이스 SMR에 약 1억3,000만 달러(약 1,800억원)을 투자해 20%가량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롤스로이스 SMR은 체코에 3GW 규모(최대 6기)의 SMR을 배치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두산스코다파워가 롤스로이스와의 계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코 SMR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올 8월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주서한을 통해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롤스로이스와도 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 차후 양 사의 논의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두산스코다파워의 체코 SMR 시장 내 입지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체코는 '기회의 땅'이다?
두산스코다파워의 IPO와 관련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두산스코다파워가 체코의 '가능성'에 주목했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스코다파워가 당장의 자금 확보나 수주 실적을 노리고 체코 증시 상장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번 IPO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체코 원전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결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향후 체코 원전 시장은 두산스코다파워의 유럽 진출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9월 체코와 원전 건설에서 인력 양성, 폐기물 관리에 이르는 전(全) 주기 협력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를 통해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코바니 원전에 증기 터빈을 납품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임영기 두산스코다파워 법인장은 "유럽에서 원전 건설 수요가 높아지면서 발주가 계속 나올 거고, 이번 체코 수주는 (유럽의 원전 건설 수요를 확보하는 데) 교두보가 될 수 있다"며 "유럽 내 오래된 원전들은 러시아가 건설한 경우가 많은데, 두산스코다파워를 중심으로 유럽 내 원전 개보수 수요에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코에 속속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 등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도 두산스코다파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첨단 제조 시설이 늘면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현재 체코 시장에 적극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기업으로는 미국 온세미 등이 꼽힌다. 온세미는 지난해 6월 20억 달러(약 2조7,700억 원)를 투자해 체코에 최첨단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 전기차, 재생 에너지,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