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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검사 결과 발표 일정 2월로 연기
업계 6위 대형 생보사 품기 ‘가시밭길’
현 경영진 재임 중 내부통제 실패 논란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보험 인수 관련 불확실성이 해를 넘겨 지속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거듭 연기하면서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기조에 변화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 또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험난한 ‘비은행 부문 강화’의 길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발표 일정을 다음 달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달 발표 예정이었던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 결과는 국회의 내란 국정조사, 정부 업무보고 일정,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발표 시점이 2월 초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초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섰다. 애초 올해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 및 각종 금융사고로 논란이 커지면서 검사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6주 일정으로 시작된 검사는 두 차례의 연장 끝에 지난해 11월 29일 마무리됐다.
금감원의 발표 일정이 두 차례나 지연되면서 우리금융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각종 현안의 성패가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한 달 더 지속되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중 증권 및 보험 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한 곳은 2023년까지 우리금융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꾸준히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 우리금융은 지난해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했고, 우리종합금융과의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했다.
동양·ABL생명 인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보험업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각각 33조8,822억원과 18조4,542억원으로 둘을 합치면 50조원이 넘는다.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한꺼번이 인수할 경우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에 이어 업계 6위에 해당하는 대형 생보사를 품에 안게 된다.
금감원 기조 변화에 인수 불확실성 확대
다만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2단계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정기 검사 후 이를 반영해 경영실태평가 점수를 부여한다. 우리금융의 경우 여러 구설에 휘말린 만큼 3단계 강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평가에서 3등급을 받게 되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는 무산될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기조에 변화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감원의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만큼 윤 대통령의 탄핵안 인용과 내란 혐의 체포 과정에서 위세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 전반의 평가다.
금감원 내부의 변화도 눈에 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재배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담당 업무를 맡은 팀장을 국장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연속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원장의 흔들리는 입지와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업무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늑장 보고 또는 사건 연루, 책임 무게 달라
금감원의 평가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문제가 된 부당대출과 관련해 현 경영진 재임 중에도 거래가 이뤄졌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내부통제 책임론이 임 회장을 정조준한 탓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직후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유사한 사례가 현재 회장 재임 중에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며 사태의 양상이 달라졌음을 알렸다.
이전까지 현 경영진은 금융당국에 늑장 보고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줬다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더해 70억원 상당의 추가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과정에서 임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이 이를 인지하고도 당국에 알리지 않았는지 여부가 핵심 사안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 원장의 발언은 임 회장이 보고를 미뤘다는 의혹을 넘어 자신의 임기 중에도 제대로 된 내부통제를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라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도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우리금융 현 경영진 재임 기간 내 불법행위를 조사해 책임소재를 묻겠다는 의중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최근 시범 운영에 들어간 책무구조도에 따른 책임의 무게도 임 회장을 옥죄는 요소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주요 업무의 최종 책임자를 사전 특정해 두는 제도로,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 회장으로서는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 책임자로서 부당대출 방조 혹은 연루가 드러날 경우 책임을 벗어날 방도가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