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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韓 철강 산업, 中 기업 전방위 물량 공세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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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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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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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년 철강 순수출량 사상 최대치 기록
내수 침체에 해외로 물량 밀어내기 극심
자국 떠나는 K-철강, 미국서 활로 모색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 철강은 적게 사들이고 해외 판매량은 늘렸다는 뜻이다. 이 같은 지나친 밀어내기는 국내 철강업계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십년간 대한민국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철강 산업이 존폐 갈림길에 놓이자 국내 철강사들은 생산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맞물려 국내 철강업계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中 철강 순수출량 1억390만 톤

16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이 1억390만t(톤)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2015년 9,962만 톤 이후 9년 만의 사상 최대치다. 이번 기록은 수출량이 1억1,070만 톤으로 전년 대비 22.7% 급증한 반면, 수입량은 681만5,000톤으로 1년 전보다 10.9% 감소하면서 나타났다. 중국 철강의 연간 순수출량은 2020년 3,344만 톤까지 줄었다가 2021년 4,096만 톤으로 반등을 시작, 2022년 5,676만 톤, 2023년 8,262만 톤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철강 순수출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것은 자국 내 철강 수요는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국 기업들이 만든 것마저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하자 수입은 줄이고 해외에 내다 파는 물량을 늘린 것이다. 실제 중국 야금(冶金)공업규획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 철강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불경기로 인해 건설 업계가 소비하는 철강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다.

품목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선박과 건설 부문에 들어가는 후판의 경우 중국산 수입이 매년 폭증하고 있다. 지난해 후판 수입은 182만 톤으로 전년보다 8.1% 감소했는데 중국산 후판 수입은 117만 톤으로 오히려 4.5% 증가했다. 2022년만 하더라도 중국산 후판 수입은 64만 톤에 불과했으나 2023년 112만 톤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더니 2024년에는 더 늘었다. 전체 후판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비중도 2022년 37.9%에서 2023년 56.6%, 2024년에는 64.3%로 상승했다. 열연강판 역시 중국산 수입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24년 열연강판 수입량은 372만 톤이었는데 이 중 중국산은 164만 톤에 달했다. 전체 열연강판 수입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비중은 2022년 41.6%, 2023년 42.4%, 2024년 44.1%로 지속 상승세다.

국내 철강사 '악전고투'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철강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철강재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국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철강산업 동향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철강 수요는 5,000만 톤 수준인 반면 철강재 생산은 7,000만 톤에 이른다. 이 같은 철강 공급과잉으로 국내 철강제품들은 해외로 쫒겨날 수 밖에 없는 처지지만, 중국산 수입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한국 철강기업들이 설 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포스코(POSCO)가 경북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45년 넘게 가동해 온 포항제철소의 공장 폐쇄 소식은 국내 철강업계 전반에 큰 충격파를 줬다. 그간 K-제철은 세계 일류 상품으로 경쟁력이 높았다. 하지만 중국산에 밀려 차라리 공장을 닫는 것이 그나마 손해를 줄인다는 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하향 일색이다. 2021년만 해도 철강 슈퍼사이클로 9조2,3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년간 하락세다. 2022년 영업이익은 4조8,501억원, 2023년 3조5,314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2조7,000억원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포스코는 포항 공장 폐쇄에 이어 중국 포스코장가항불수강(PZSS) 제철소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첫 해외 스테인리스 일관제철소인 PZSS 역시 올해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K-철강기업들, 美서 새 둥지

산업의 쌀인 철강은 그 어떤 분야보다 국가 보호가 필요한 산업이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중국산 철강재 침투에 무방비 상태다.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거대한 무역장벽을 세워 대응하고 있는 주요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현대제철이 신청한 반덤핑 제소 판결마저 계속 연기되면서 한국 철강업계는 갈수록 고사 상태에 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시장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미국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주와 투자 협상을 진행하며 제철소 부지 선정에 나섰다. 2026년 착공해 2029년까지 연산 30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완공할 계획이다. 특히 환원고로와 전기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9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생산방식을 채택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의 이번 계획이 실현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선 그룹사를 비롯,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 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기아차 공장,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에서 각각 연 35만 대, 연 33만 대를 생산한다.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에 완공 직전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연 30만~50만 대)의 생산량을 더하면 연간 최소 10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게 된다. 차량 한 대당 1톤가량의 강판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지 제철소의 수요는 상당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총 170만8,000대를 넘게 판매하면서,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에 현대제철의 든든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아그룹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미국 시장에 베팅했다. 자회사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를 통해 1,600억원을 투자, 특수합금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특수합금 시장은 2030년까지 360억 달러(약 52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국방예산 1조 달러(약 1,460조원) 증액이 실현될 경우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 역시 미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에 상공정(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이는 공정) 공장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미국과 인도 등 고성장 고수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새 부지에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와 현지 업체 M&A(인수합병)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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