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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도매대가 최대 52% 인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방점 축소·종료 앞둔 전파사용료 면제는?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의 자체 요금제 확대를 위해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자체 설비를 갖춘 풀 MVNO 등장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알뜰폰 업계의 체질을 개선하고 제4 이동통신사로 성장할 수 있게끔 토대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추진했던 제4 이동통신 출범이 좌초되면서 알뜰폰 육성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로 종료 수순을 밟는 전파사용료 면제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다는 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통신 정책 최우선 과제 ‘알뜰폰 집중 육성’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진입 무산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폐지 등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해 올해 통신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집중 육성’을 선정한 데 따른 조처다.
먼저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체 요금제를 설계·출시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T)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1.29원/MB→0.62원/MB)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알뜰폰 업체가 사용할 데이터를 1년에 5만 테라바이트(TB) 이상 선구매할 경우 도매대가의 25%(SKT 기준)를 추가로 할인해 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과기부는 이를 통해 알뜰폰 업체가 자체 요금제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부담이 크게 완화되고, 특히 소비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0GB~30GB 구간대에서 다양한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월 1만원대에 20GB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요금제 출시도 가능할 것이란 게 과기부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 규모를 갖춘 ‘풀 MVNO’를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풀 MVNO는 기지국 등 통신망은 이동통신사로부터 빌리되, 교환기·고객관리 시스템 등 자체 설비를 갖춰 독자적인 요금 설계 역량을 확보한 사업자를 의미한다. 과기부는 이동통신사와 풀 MVNO를 추진하는 사업자와의 네트워크 연동을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풀 MVNO의 설비투자를 위한 정책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외에도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화 등을 통해 알뜰폰 시장 전반에 이용자 신뢰 확보 역량을 강화하고, 이동통신 자회사와 독립계 대·중견기업 간 차등화한 규제를 적용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알뜰폰만이 갖는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로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알뜰폰→풀 MVNO→이동통신’ 성장 모델 제시
지난해까지 추진돼 온 정부 주도 제4 이동통신사 설립은 사실상 백지화된 모습이다. 이날 과기부는 지난해 스테이지엑스에 내줬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후보 자격을 철회한 뒤 논의한 결과, 시장에 도전하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은 민간에 맡기고, 알뜰폰 시장을 확대해 통신 3사를 견제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그간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제4 이동통신사 유치를 7차례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22년 하반기에는 28기가헤르츠(GHz) 대역 최소 3년 독점 및 4,000억원가량의 융자 지원을 약속하며 8번째 신규 사업자 유치 정책을 발표하고 나서기도 했다.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정부 지원을 강화해 시장 진입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8번째 신규 사업자 유치에 참여해 제4 이동통신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는 2,050억원의 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했고, 주파수 할당 신청서와 달리 주요 주주 구성이 변경된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사업자 자격이 철회됐다.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조성을 신뢰할 수 없으며, 자본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주파수 할당대가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적절한 사업 수행이 어렵다는 게 과기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오랜 시간 주도해 온 제4 이동통신사 설립을 민간에 맡기는 대신, 새로 진입하는 이동통신사에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절차를 신설키로 했다. 류제명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현재는 알뜰폰 기업을 키워 제4 이동통신으로 성장시키려는 게 정책 주요 방향”이라며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알뜰폰 사업자가 풀 MVNO 사업자가 되고, 이후 이동통신사로 성장한 사례가 있기에 우리 시장에서도 같은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웃도는 전파사용료, ‘무더기 적자’ 예상
정부의 알뜰폰 집중 육성 방안 발표에도 업계는 냉랭한 분위기다. 당장 올해로 종료되는 전파사용료 면제 혜택과 관련한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경우 내년에는 20%, 2026년에는 50%, 2027년부터는 100%의 전파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수익성 개선은커녕 생존마저 위협받을 처지에 놓였다는 게 업계의 주된 목소리다.
이미 중소 알뜰폰 브랜드 ‘여유모바일’이 지난 연말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세종텔레콤도 연이은 적자에 12년 넘게 운영해 온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을 매각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전파사용료 면제 혜택이 축소·종료되면 이처럼 문을 닫는 알뜰폰 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파사용료는 주파수와 같은 전파자원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관리세다. 가입자당 비용이 부과되며, 부담 주체는 사업자다. 알뜰폰의 전파사용료는 분기별 2,000원으로 공용화율과 환경친화계수, 로밍계수, 이용효율계수 등 감면요소를 적용하면 약 1,260원이다. 가입자 10만 명을 보유한 사업자의 경우 연간 약 5억원에 달하는 전파사용료를 지불해야 한하는 셈이다.
알뜰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중소·중견 알뜰폰 가입자는 406만8,000명이다. 여기서 사물인터넷(M2M) 회선을 제외해도 381만 명에 이른다. 이들 가입자를 보유한 알뜰폰 사업자가 지불해야 할 전파사용료 총액은 195억원가량이다. 이는 중소·중견 알뜰폰 연간 영업이익 138억원보다 많다. 특히 전파사용료는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순손실 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업계는 알뜰폰이 이동통신사의 대항마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파사용료 차등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동통신사와 같은 수준의 전파사용료를 지불하는 환경에서는 저렴한 요금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중소 업체들의 생존 또한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 알뜰폰 브랜드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과 전파 사용 규모를 고려한 전파사용료의 합리적 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