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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최대주주 광림 보유 지분 12.04% 매도 금감원, 지난해 쌍방울·광림 모두 거래 정지 재계, 양측 관계 정리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
코스피 상장사 쌍방울이 광림의 지분을 세계프라임개발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현재 쌍방울과 광림 모두 거래정지 상태인 만큼 이번 최대주주 변경은 거래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광림은 쌍방울, 비비안, 미래산업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었으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온 퓨처코어가 자금 손실을 반복하며 경영 위기를 겪자 매각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양사 모두 거래 정지, 1년 간 개선 기간 부여
20일 쌍방울은 지난 17일 당사의 최대주주인 광림이 주식회사 쌍방울에 대한 보유 주식 전부를 세계프라임개발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광림이 쌍방울 보유 지분 12.04%(63만2297주) 전부를 세계프라임개발에 양도하는 계약이다. 계약 규모는 70억원이다. 지난 17일 계약금 7억원을 지급했으며 이날 20일 잔금 63억원을 지급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놓고 거래 재개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쌍방울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의 영향으로 2023년 7월 거래 정지됐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도 비슷한 시기에 거래 정지됐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광림에 대해 2024년 12월 5일까지, 쌍방울에 대해 2024년 12월 22일까지 각각 1년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앞서 쌍방울과 광림은 지난해 7월 각각 98%, 97% 대규모 무상감자를 실시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쌍방울의 지분을 인수한 세계프라임개발은 부산시 소재의 부동산 업체로 네이처리퍼블릭의 계열사로 분류된다.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들의 개선계획 이행 및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광림이 쌍방울과의 관계를 정리하라는 권고사항을 받았다"며 "이번 최대주주 변경은 이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림, 쌍방울그룹 지배구조의 정점
지분 매각으로 최대 주주에서 물러난 광림은 쌍방울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상장사로 김성태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돌려 소유하고 있었다. 칼라일홀딩스가 광림의 지분 15.92%를 소유하고, 광림은 (주)쌍방울의 지분을 13%, (주)비비안의 지분을 4%, (주)미래산업의 지분을 25% 각각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광림은 여기에 보태 (주)SBW생명과학의 지분도 48% 가지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주요 지분을 보유한 핵심 회사인 셈이다.
물론 CB(전환사채) 발행으로 계열사들 사이의 지분 구조도 복잡하다. (주)쌍방울은 (주)비비안의 지분을, (주)비비안은 다른 회사 하나를 거쳐 연예기획사 아이오케이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이오케이는 다시 (주)광림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 2022년 9월 검찰 수사를 피해 베트남에 머무르고 있던 김 전 회장은 광림의 소유 지분 전체를 매각해 225억원을 챙겼다.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의 최대주주인 칼라일홀딩스가 소유한 주식 1443만 8534주 전량을 주식회사 제이준코스메틱에게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를 넘겨받게 되는 제이준코스메틱도 쌍방울그룹과 사실상 한 몸인 곳이다. 공시에 따르면 제이준코스메틱의 최대주주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주)아이오케이컴퍼니다. (주)아이오케이컴퍼니의 대표이사는 양재원 씨인데, 양 씨는 9월 5일 날짜로 제이준코스메틱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주)광림의 지분을 쌍방울그룹 내 계열사가 최대주주로 있고, 쌍방울그룹 계열사 대표가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곳에서 김성태 씨 개인회사로 알려진 칼라일홀딩스에 225억 원을 매각 자금으로 주는, 내부 거래인 셈이다.
최근에는 경영난 퓨처코어 매각
광림 자금이 또 다른 계열사 퓨처코어(옛 SBW생명과학, 나노스)를 거쳐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모습도 나타났다. 지난해 말 지분을 매각하기 전까지 광림과 쌍방울은 각각 퓨처코어 지분 37.9%, 22%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광림은 지난 2016년부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겠다며 퓨처코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퓨처코어의 사업 및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광림은 지난해 퓨처코어에 투자한 금액 중 300억원 가량을 손상 처리했다. 재작년 손상 차손 규모는 555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퓨처코어는 최근 나노스바이오텍의 청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지난 2021년 제약바이오 사업 분야 신규 진출을 공언하며, 미국 소재 나노스바이오텍에 1000만달러(약 118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지 3년여 만에 정리 수순을 밟는 것이다. 당초 공언했던 것과 달리 납입은 약 70억원에 그쳤고, 법인은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스바이오텍은 지난해 3억원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순손실 규모는 약 1억원이다. 회사도 영업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들며 청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퓨처코어 해외 투자금 대다수가 손상 처리되는 경우도 존재했다. 회사는 지난 2017년 필터부문 생산기지를 확보하겠다며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 256억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됐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39억원을 손상 처리했다. 이 법인의 지난해 순손실은 78억원에 달한다. 이에 회사 자금이 반복적으로 해외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퓨처코어는 필리핀, 중국 등 해외 법인에 총 200억원 가까이 투자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전액 손상 처리된 상태다. 퓨처코어는 지난 3월 종속기업투자주식의 손상차손 미인식 등의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됐고, 현재 거래 정지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쌍방울그룹은 결국 퓨처코어를 매각을 공식화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광림의 보유 지분 37.89%로 회사 측은 주요 주주인 쌍방울과 광림의 경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퓨처코어는 지난해 3월 회계처리 기준 위반 행위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퓨처코어의 상장폐지를 심의했고 7개월의 개선기간이 부여됐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퓨처코어의 매각 안건이 통과됐고 이번 주관사 선정을 통해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