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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매 진행 건수 3,267건, 전년 比 67%↑ 강남 3구 인기 주춤하여 실수요 중심으로 전환 서울 아파트 가격도 9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가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마저 부진한 가운데 송파구의 대장아파트로 불리는 잠실엘스마저 경매 시장에 나왔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등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아파트를 경매로 넘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보합 속 미세한 내림세가 감지되면서 조만간 서울 아파트 가격도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 9년 만에 최대치 기록
20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267건으로 2015년(3,472건)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최근 3년간 추세를 보면 지난 2023년 경매 진행 건수(1,956건)와 비교해 67% 증가했고 2년 전 798건에 비해서도 4배에 가까이 늘어났다. 월별로는 △1월 313건 △2월 218건 △3월 261건 △4월 351건 △5월 275건 △6월 301건 △7월 276건 △8월 296건 △9월 169건 △10월 380건 △11월 267건 △12월 160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 대비 낙찰 비율인 낙찰률은 하락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39.8%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48.3%)과 비교하면 한 달 새 8.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같은 해 3월 34.9%를 기록한 이후 9개월 만에 40%대 밑으로 내려갔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의미하는 낙찰가율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 97%, 11월 94.9%로 내린 뒤 12월에도 91.8%로 떨어졌다.
수요가 몰렸던 강남 3구 아파트의 인기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달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120㎡ 경매는 두 차례 유찰됐다. 지난해 4분기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가 33억원대에서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감정가(32억8,000만원)가 이를 상회하면서 경매 참여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달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 120㎡도 감정가 38억9,000만원에 이뤄진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같은 면적 실거래가는 지난해 12월 40억7,300만원으로 감정가가 이보다 낮았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영끌 매수, 대출이자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경매 매물이 급증한 원인으로 영끌족들의 대출 의존 매수를 지목한다. 2022년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 매수자들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 즉 임의 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3만 건에 육박하며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멈추면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경매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강남 3구의 매물마저 약세를 보이며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 열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실수요자 중심으로 선별 입찰에 나서면서 비강남·탈서울·중소형 아파트에는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전국에서 입찰이 가장 몰린 곳은 서울 강서구 등촌 10단지 주공 전용 58㎡로 감정가(7억4,000만원)의 96%인 7억1,030만원에 낙찰됐다. 한 차례 유찰로 최저 매각 가격이 5억원대로 떨어지자 저가 매수를 바라는 실수요자가 대거 몰리며 응찰자 수 36명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매 시장에서 응찰자 수가 많은 서울 아파트를 보면 대부분 외곽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라며 "대출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한 아파트 위주로 실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변수로 향후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다 보니 높은 가격대의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당분간 낙찰가율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매가격 하락 전환 지역 늘고 입주율 떨어져
서울 아파트값 추세도 심상치 않다. 정부 통계에서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세한 하락 전환 움직임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둘째 주(1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보합(0.00%)을 기록하며 3주 연속 보합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만 공개된 통계치의 소수점 자리를 확대해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043% 하락했다. 상승세로 돌아선 지난해 3월 넷째 주(3월 25일 기준) 이후 9개월 만이다.
민간 통계 자료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의 하락 조짐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날 발표된 KB아파트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보합을 나타내면서 전주까지 이어지던 상승세를 멈췄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도 전주(35.7)보다 내린 35.4로 집계됐다. 하락 폭은 매우 미세하지만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여파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값 하락이 확인된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곧 서울 아파트 가격 내림세가 더욱 분명하게 관측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일부 서울 아파트 매수시장에서는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한 지역이 늘고 있으며 아파트 입주율도 떨어졌다.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6으로, 전주(97.0)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포함된 강북 지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같은 기간 95.2에서 94.4로 0.8포인트 떨어졌다. 부동산업계는 대출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정치적 리스크 등으로 당분간 관망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봄 이사철이 넘어야 가격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