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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경쟁서 인터넷은행에 밀려나 시중은행 지방 침투에 부실 확대까지 특판상품 출시 통해 자금 조달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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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기조에 주요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지만 지방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신금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워진 영업 환경 속 주요 은행에서 이탈한 수신 고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방은행, 높은 금리 무기로 수신 확대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적금상품(정액적립식) 15개 가운데 연 최고금리가 3.50% 이상인 상품은 모두 9개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부산·경남·광주·전북·iM·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상품이 6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 상품 1개가 전부다. 예금상품도 지방은행의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예금상품 35개 중에서 연 최고금리가 높은 10개 상품의 경우 지방은행 상품이 5개를 차지했다. 시중은행은 농협은행 상품 1개뿐이었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며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달 5대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이들의 주요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모두 연 3.00%까지 낮아졌다. 이달 초 연 3.15~3.22% 수준에서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연초 특판 상품까지 선보이며 상대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분위기다. 전북은행은 최고 연 3.60% 금리 상품인 '2025년 잘되길 바라요! 특판적금'을 출시했고, 광주은행은 연 최고금리 4.70% 상품 '여행스케치_남도투어적금'을 선보였다.
'울며 겨자먹기'식 고객 유치
지방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높게 가져가는 배경에는 대출영업을 위한 수신자금을 확보가 있다. 최근 지방은행들은 가계대출 경쟁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밀리며 대출영업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6개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조4,466억원으로,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69조5,098억원)보다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인터넷은행보다 뒤처진 것은 인터넷은행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인터넷은행이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비대면 대출, 대출 갈아타기 등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무섭게 성장하는 데 반해 영업 제약이 있는 지방은행들은 뒤처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도 인터넷은행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요구불예금은 2021년 30조원에서 올해 3월 말 25조원으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은 17조원에서 46조원으로 불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쪽은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보다 경쟁력이 낮아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적금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여 자금 조달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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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 직격탄, 연체 쌓이는 지방은행들
전문가들은 금리 경쟁력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지방은행들의 위기가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로 한층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 및 기관 영업에서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화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도 “그간 지방은행은 지방자치단체 금고 등을 통해 저원가성 예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지역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선순환을 이뤄왔는데, 최근 시중은행들까지 자금력을 무기로 금고 유치에 뛰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 속 지방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연체율이 높아진 점도 지방은행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부산·광주·전북·아이엠·제주 등 국내 지방은행 6개사의 2024년 3분기 총여신 중 무수익여신 비율은 평균 0.63%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0.12%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무수익여신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금액으로,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이다. 일반적으로 90일 이상 연체됐거나 부도 처리된 대출금이 이에 해당한다. 지역 개인사업자 등 차주들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화되며 이들의 상환 능력이 소실되자 지방은행의 무수익여신이 증가한 것이다. 한 지방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지방을 직접 둘러보면 체감 경기가 살얼음판 수준”이라며 “가계는 물론 줄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까지 지역에서 느끼는 연체 공포는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