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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PC 영향" 석탄 꺾은 美 풍력·태양광 발전 美 정부 인사들 "신재생에너지, 화석연료 대체 못 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석탄 발전보다 저렴

지난해 미국의 풍력·태양광 발전량이 처음으로 석탄 발전량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 발전소들이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며 시장 판도가 급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美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급증
1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전문 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는 최근 발표한 '미국 전력 통계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풍력·태양광 발전이 미국 전체 전력 생산의 1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석탄(15%)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한 배경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AMPC가 있다. AMPC는 배터리, 태양광, 풍력 발전 부품 등 첨단 제조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태양광 모듈, 셀에는 각각 와트(W)당 7센트와 4센트, 풍력 발전용 블레이드와 타워에는 각각 W당 2센트와 3센트의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된다.
미국의 석탄 발전소들은 AMPC 수혜를 위해 석탄 발전소를 태양광 발전소 등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북서부 베커에 있는 대형 석탄 발전소들이 대규모 태양광 패널 및 배터리 단지로 '변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회의적
다만 신재생에너지의 강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 주요 인사들이 화석연료로의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는 ‘2025년 세계 에너지 콘퍼런스(CERAWeek Conference)’ 기조연설을 통해 “화석연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따뜻하게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태양광, 풍력, 배터리 등 수많은 수단들이 석유를 대체할 물리적인 방법은 없다”며 “지금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보다는 에너지 빈곤”이라고 발언했다.
같은 날 미국 내무부장관 더그 버검(Doug Burgum) 역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를 통해 "폐쇄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면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인해 증가하는 전기 수요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의 일환으로 우리는 모든 발전소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석탄 발전소 중 폐쇄된 곳이 있다면, 다시 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회의감을 품는 것은 신재생에너지의 설비 용량이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의 확충 속도는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
관건은 향후 미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가격적 이점을 외면하고 화석연료 발전을 선택할 수 있을지다. 지난 2023년 미국 에너지·기후 싱크탱크 에너지 이노베이션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210개 석탄발전소 중 99%(209개)가 태양광 또는 풍력에너지 시설보다 많은 운영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석탄발전소의 평균 한계비용이 메가와트시(MWh)당 36달러(약 5만2,000원)에 달하는 반면, 태양열발전소의 평균 한계비용은 24달러(약 3만4,800원)로 약 30%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계비용은 수요 또는 생산량이 한 단위 변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일컫는 용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저렴해진 배경으로는 ‘설비 가격의 하락’이 꼽힌다. 글로벌 청정에너지 설비 가격 지수(CEEPI, Clean Energy Equipment Price Index)는 2021년 이후부터 석유 및 가스 설비 가격 지수(UCCI, Upstream oil and gas Capital Costs Index)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50% 이상 미끄러졌으며, 지난해 2분기에만 20% 이상 추가 하락했다. 풍력 터빈 가격은 2023년 2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약 5%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