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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경기침체 우려에 세계 경제 시계제로, 각국 성장률 줄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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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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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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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쟁 확산, 세계 경제 직격탄
인플레 상승으로 경제 타격 우려
주요국들, 성장률 줄줄이 낮춰 잡아
사진=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엑스(X·옛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쏘아 올린 무역 전쟁이 응징과 보복을 주고받는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경제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하며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른바 ‘트럼프세션(트럼프와 침체를 뜻하는 리세션을 합친 말)’ 우려다.

올해 佛 성장률 '0.9→0.7%' 조정

13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중앙은행(BdF)은 올해 프랑스의 경제 성장률을 기존 0.9%에서 0.7%로 낮췄다고 밝혔다. 0.7%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BdF는 내년 성장률도 1.3%에서 1.2%로 0.1%포인트 떨어뜨렸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확대 속 세계 수요에 대한 추정치를 낮춘 데 따른 것이다. BdF는 “현재의 불확실성은 미국 관세와 관련된 국제적 차원의 불확실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발 무역 긴장과 유럽연합(EU)의 대응 방식 등에서 수많은 위험이 있다고 염려했다.

또한 BdF는 프랑스 경제가 최근 몇 달 동안 예상보다 부진했으며 예산을 둘러싼 정치적 위기로 기업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올리비에 가르니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월에는 예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해 국내 불확실성이 있었고, 오늘날의 불확실성은 미국 관세와 관련된 국제적 차원의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EU를 지목하며 “우리는 쩐의 전쟁(Financial battle)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캐나다, 멕시코 등과 유예된 관세 계획과 주요국을 상대로 포괄적 상호주의 관세 조치가 막을 올리는 4월 2일을 거론하며 “미국에 아주 중요한 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관세뿐 아니라 환율조작, 기업규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무역 파트너국의 비관세 장벽까지 검토해 관세로 보복 대응하는 상호주의 관세가 가장 빨리 적용될 수 있는 날짜 역시 4월 2일이다.

유로존도 성장률 전망 하향

프랑스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들도 관세 폭탄이 본격적으로 투하되기 전 성장률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9%, 내년은 1.4%에서 1.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ECB는 유럽 경제가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EU는 인도, 브라질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상호관세 부과 대상으로 점찍은 국가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2기 집권 후 첫 각료회의에서 “EU는 미국을 이용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맹비난하며 25%의 관세를 곧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지난 4일 시행한 신규 관세 부과 국가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4월 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 리스트에선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대로 관세 부과를 현실화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EU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EU도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만큼 양측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등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CB는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무역 정책과 광범위한 정책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수출 감소와 지속적인 투자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대만 등도 성장률 낮춰

트럼프 행정부에서 25% 관세 중 상당 부분을 1개월간 유예받은 멕시코는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21일 올해 경제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치 1.2%에서 반토막 난 수준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최대 0.2%까지 위축하며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열어뒀다.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이 예측에는 미국이 무역 측면에서 발표할 조치들이 미칠 영향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며 “멕시코 경제는 내부적인 측면과 가치 사슬의 구성을 바꿀 수 있는 미국 정책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고율 관세 등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최근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3년 연속 ‘5% 안팎’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관세라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 성장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판단은 다르다. 골드만삭스와 HSBC는 4.5%, UBS는 4%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고, JP모건은 3.9%로 가장 낮춰 잡았다. IB들은 중국의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무역갈등 심화로 수출이 타격을 입으며 민간기업도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밖에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내렸고, 대만 통계청은 3.29%에서 3.14%로, 태국은 2.9%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 세계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은 예상된 금리 인하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역시 관세 전쟁으로 경제 성장률 하락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7%로 낮추고, 12개월 내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을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4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3%에서 1.2%로 내렸다. 마이클 T 가펜이 이끄는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전에는 주로 2026년에 성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의) 더 빠르고 광범위한 관세 부과로 인해 올해 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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