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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새 협정' 언급한 美, 한·미 FTA 개정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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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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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새로운 무역 협정 위한 협상 의지 내비쳐
한국과의 '불공정 무역' 비판하는 美 기업들
"무조건 재협상한다고 능사 아니다" 전문가 비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재정립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각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양자 간 협상을 진행, 새로운 무역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다. 시장에서는 미국 산업계 곳곳에서 한국과의 '불공정 무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재협상을 피해 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한미 FTA '새 국면' 맞나

16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것과 관련, "우리는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이후 개별 국가들과 양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라며 "첫째는 알루미늄, 철강, 반도체, 자동차 제조 등 핵심 산업에서 이들 산업을 보호하고 역량을 구축하려면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로 우리는 미국에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상대국에 부과할 것"이라며 "공정성과 상호성의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이미 FTA를 맺고 있는 국가인 만큼, 차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한 차례 개정된 한미 FTA가 다시 대폭 개정되거나, 아예 한미 FTA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이 체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美 산업계의 불만

미국 산업계에서 한국과의 무역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 역시 FTA 개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 온라인 포털에 제출된 미국 이익단체들의 의견서에 따르면, 전미소고기협회(NCBA)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합의된 '30개월 연령 제한'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과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며 "연령 제한 철폐를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도 비슷한 의견서를 냈다.

한국의 규제를 무역 장벽으로 지목한 업계도 있다. 미국대두협회(ASA·USSEC)는 잔류 농약 기준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관련 규제를 문제 삼았다. 한국의 규제 방식과 심사 과정이 미국산 대두 수출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 생명공학업계 이익단체인 생명공학혁신기구(BIO)는 한국 정부의 가격 통제로 인해 미국 제약사의 혁신 제품이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소니픽처스 등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영화협회(MPA) 역시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제, 광고 규제, 망 사용료, 영화발전기금 등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계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빅테크 규제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이 시장 점유율이 높은 미국 빅테크를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들 역시 우리나라의 각종 AI 규제가 한국 AI 시장을 개척하려는 미국 기업의 기회를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 "美, 멀리 봐야 한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무조건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한미 FTA 체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약값과 병원비가 폭등해 건강보험 재정이 위험해지고, 농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며 "미국과의 교역을 확대하면 오히려 무역 흑자가 감소하고 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 같은 우려 중 현실화한 것은 사실상 극소수"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FTA 체결 이후에도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일은 없었다는 의미다. 작년 우리나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은 556억6,508만 달러(약 80조원)에 달했다. 이는 10대 대미 수출국(수출액 기준) 중 가장 큰 규모이자, 트럼프 정부 1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166억2,364만 달러, 약 24조원) 대비 3.3배 급증한 수준이다.

이 전문가는 "한국이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본 것은 FTA가 한국에 유리한 협정이어서가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움직였기 때문"이라며 "조건을 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해진 조건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도 관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도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무조건적인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 정책을 멀리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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