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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제품 관세 면제 조항 폐지 통관 기준 강화로 직구 배송 지연 中 이커머스 업체,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의 여파로 미 당국의 세관 검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외국에서 미국으로 화물을 보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특송업체들은 고가 물품의 배송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키고 있어 중국을 비롯한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구매하던 흐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빠르게 확장해온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번 조치로 물류비용 상승과 판매 감소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DHL, B2C 배송 서비스 일시 중단
20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 특송기업 DHL 익스프레스는 "새로운 미 행정부의 세관 규정으로 인해 21일부터 800달러(약 113만원)가 넘는 글로벌 기업·개인 간(B2C) 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DHL은 "기업 간(B2B) 배송은 중단되지 않지만, 지연될 수 있다"며 "800달러 이하의 배송은 개인과 기업 모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단기간 내 발생한 통관 업무 폭주를 관리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동안 최대 2,500달러(약 356만원) 물품까지는 간단한 서류만으로 미국에 보낼 수 있었지만, 새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서 세관 검사가 강화됐고 기준 금액도 지난 5일부터 800달러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미국에 반입되는 전체 화물 중 정식 통관절차를 거쳐야 하는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고, 결국 통관이 늦어지면서 배송 지연 등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는 게 DHL 측의 설명이다.
2월 USPS, 중국발 소포 배송 중단
앞서 지난 2월 4일 저녁 미 우편국(USPS)이 중국과 홍콩에서 오는 소포의 접수와 배송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 폐지 행정명령이 발효된 직후 나온 조치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발 소포에 대해 간소화된 통관 절차인 '최소허용기준', 이른바 드 미니미스(de minimis) 규정을 적용해왔다. 이 규정으로 하루 평균 300만 개의 소포가 최소한의 세관 검사만으로 미국에 들어왔으며, 관세도 면제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행정명령으로 모든 중국발 소포는 내용물에 대한 상세 정보와 관세코드를 제출해야 하며, 10% 추가 관세와 함께 그동안 면제받았던 품목별 관세도 모두 납부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가 펜타닐 등 불법 약물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최소허용기준을 이용하면 수출업자들이 세관에 상세 정보를 제출하지 않아도 돼 불법 약물 유입의 통로가 됐다는 것이다.
중국·홍콜발 소포 배송을 전면 중단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5일 오전 USPS는 웹사이트에 게시한 공지를 통해 "USPS와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소포 배송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국 관세에 대한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구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홍콩발 국제소포 반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중단 지속 시 물류 차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우려한 조치로 USPS 측은 세관국경보호청(CBP)와의 협력을 통해 '효율적인 관세 징수 메커니즘' 구축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中 전자상거래 상품 비용 인상 불가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전자상거래 상품의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테무와 쉬인 같은 중국 기반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에서 미국 고객의 직접 주문을 받고 배송해 왔는데, 이번 조치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드 미니미스'를 통한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규정을 통해 들어오는 소포는 2020~2024년 두 배 이상 증가해 총 14억 개에 달했으며, 이 중 약 60%가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 미니미스' 폐지를 지지하는 측은 중국 전자상거래 소매업체들이 관세 납부를 피하기 위해 저가 패키지를 분할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 정책을 악용해 미국 소매업체들에 부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이미 이번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일부 업체들은 미국 내 창고를 확보해 국내 재고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하이오 마이애미 대학의 공급망 관리 부교수인 야오 진은 "테무와 쉬인의 가격은 미국 창고 공간 확보 비용을 고려함에 따라 점차 상승할 것"이라면서 "아마존이 항상 가지고 있던 것과 동일한 비용 요소를 가지게 되면서 가격 우위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광범위한 무역정책 변경의 일부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글로벌 상거래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급성장해온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