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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저케이블 전진기지’ 구축 나선 LS전선, 안보시장 선점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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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3분기 완공 목표
해저케이블 기술 '전략 자산화'
美 공급망 재편 전략 선제 대응
28일(현지시각) 미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 LS그린링크 착공식에서 구본규 LS전선 대표(오른쪽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LS전선 

LS전선이 미국에 1조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다.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통신망을 둘러싼 글로벌 안보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해저망은 금융, 국방, 플랫폼 인프라를 아우르는 국가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LS전선은 이를 기반으로 미국·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공급자로 부상 중이다.

1조원 투입, 향후 설비 확장 가능성도

30일 LS전선에 따르면 LS전선의 자회사 LS그린링크는 지난 28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에서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총 6억8,100만 달러(약 1조원) 규모의 이번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 건설에 들어간 첫 사례다. LS전선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의 공급망 자립 전략에 선제 대응하고,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전환을 이끄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장은 엘리자베스강 유역 39만6,700㎡(약 12만 평) 부지에 조성되며, 연면적으로는 약 7만㎡(약 2만 평) 규모에 달한다. 2027년 3분기 완공해 2028년 1분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로, 향후 글로벌 수요를 반영한 설비 확장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생산 설비에는 201m 높이의 VCV 타워와 전용 항만시설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고압직류(HVDC)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운송, 공급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하는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LS전선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동을 아우르는 글로벌 해저사업 공급망의 중심축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는 “LS그린링크 버지니아주 공장 건설은 LS전선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정의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급증하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공장 건설로 지역사회에는 약 33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착공식에 참석한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LS그린링크의 착공은 버지니아의 혁신과 제조 경쟁력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수백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릭 웨스트 체사피크 시장 또한 “이번 투자는 우리 도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민간 투자로, 체사피크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 기반-안보 수준 직결

해저케이블은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95%를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다. 인공위성보다 훨씬 안정적인 것은 물론 대용량 전송이 가능해 대부분 인터넷과 금융, 국방망 등이 해저에 깔린 광케이블을 통해 작동한다. 한 번 끊기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각국 군사체계, 민간 서비스까지 순식간에 마비될 수 있어 해저케이블은 이제 단순한 통신 인프라를 넘어 국가 안보 자산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해저 케이블이 위협받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하는 과정에서 흑해 해저망을 위협했고, 중국은 대만 해협 일대의 케이블망을 노리고 있다. 바다 밑에 뻗어 있는 광케이블을 물리적으로 끊는 전술이 해양 군사력의 새로운 척도로 여겨질 정도다. 이에 각국 정부는 해저망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이중·삼중 구조 설계에 나서고 있으며, 그 수요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끊기지 않는 케이블’이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속도 경쟁을 넘어 견고함과 회복력을 중시하는 시장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해저케이블 산업은 이제 통신회사를 넘어 정부·군·빅테크의 전략투자 대상이 됐고, 해저망의 안보 가치를 인식한 주요 국가는 기술·생산력을 모두 갖춘 업체에 앞다퉈 높은 프리미엄을 제시하고 있다.

LS그린링크 해저케이블 공장 조감도/사진=LS전선

기술력 기반으로 미국·유럽 공급 확대

LS전선이 미국을 교두보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저케이블 산업이 단순한 통신 시장을 넘어 ‘국가 간 연결선’을 장악하는 주도권 경쟁의 무대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해저망이 금융, 항공, 클라우드, 군사 정보 등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기반 시설로 자리매김한 만큼 공급자에 대한 신뢰와 기술력은 곧 시장 내 영향력과도 직결된다는 인식 또한 깔려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LS전선은 아시아에서의 구축 경험과 유럽에서의 수주 실적, 그리고 이번 미국 공장까지 연이어 확보하며 글로벌 삼각 시장을 실질적으로 점유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해저케이블을 포함한 공급망 자립에 큰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한국 등 동맹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LS전선으로서는 미국의 정책적 니즈와 자사의 기술력, 확장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결국 통신 인프라가 지닌 안보적 속성을 감안할 때, LS전선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단단하고 안전한 해저망을 설계하는 데서 나아가 유지보수 역량까지 갖춘 기업이 소수에 불과한 만큼 이번 LS전선의 미국 진출은 한국 안보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총성 없는 하이브리드 전쟁’이라 불리는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한층 짙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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