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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가구, 전국 덮친 ‘준공 후 미분양’ 年 0.2%P 우대금리에도 시장 외면 “침체 장기화, 세제 혜택 병행해야”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에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소진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사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정책이 시행됐지만, 우대 금리를 적용받은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딤돌대출 두 달간 고작 ‘1건’
21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대금리를 신설한 3월 2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우대금리 적용 사례는 1건으로 집계됐다. 경북에 있는 악성 미분양 주택을 사기 위한 2억원을 대출받은 사례였다.
앞서 정부는 부처 합동으로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2·19대책을 내놨다. 당시 대책 내용 중 하나는 지방의 악성 미분양 아파트, 악성 미분양을 매수하면 디딤돌대출을 0.2% 깎아주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디딤돌대출 실행 시 우대 금리 항목의 하나로, 지방의 악성 미분양주택 구매 시 대출 실행일로부터 5년간 디딤돌대출 금리를 낮춰주도록 설계했다.
현재 디딤돌대출의 대출금리는 소득과 대출기간에 따라 수도권은 연 2.85~4.15%, 지방은 연 2.65~3.95%로 지방이 낮다. 여기에 우대 항목인 악성 미분양아파트도 적용하면 2.45~3.75%로 더 낮아진다. 신생아특례 디딤돌대출의 경우도 소득과 대출기간에 따라 수도권은 연 1.8~4.5%, 지방은 연 1.6~4.3%다. 지방의 경우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엔 우대가 적용돼 금리가 연 1.4~4.1%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방 악성 물량 계약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청약 조건 풀어도 외면
청약 조건이 일반 청약에 비해 완화돼 수요자에게 유리한 잔여세대 청약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진행된 거제역 양우내안애 아시아드 임의공급 청약에는 전체 평형에서 공급세대수 대비 미달이 발생했다. 전용 73㎡와 80㎡, 그리고 84㎡ 일부에는 아예 청약이 접수되지 않았다. 해당 청약에는 거주의무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았다.
부산에선 미분양 가구 적체 등 부동산 시장 불경기가 이어지는 중이다. 부산시가 지난달 말 발표한 3월 미분양 주택수는 총 4,489호다. 전월에 비해 76호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수천호의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3월 미분양이 전월 대비 60호 줄어든 942호를 기록했는데, 부산이 서울의 4.8배에 달한다.

나라 경제 좀 먹는 악성 미분양
국토부는 이달 중순부터 우대금리 실적이 점차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실행 최소 50일 전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을 포함해 보다 다양한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으로는 악성 미분양 주택 구입을 유도하긴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국토부의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5,000가구를 넘어섰다. 한 달 새 5.9% 늘어난 수치로, 11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며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방 중에선 대구(3,252가구)와 경남(3,026가구), 경북(2,715가구), 부산(2,438가구) 등에 악성 미분양이 많았다. 전북은 한 달 새 악성 미분양 주택이 28.4% 급증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고스란히 시행사와 건설사의 자금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업은 끝났는데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어느 한 곳만 막혀도 부도의 위험에 시달리게 된다. 수년째 건설업계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는 시행사,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3.3㎡당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63만원으로, 2만5,000가구가 넘는 주택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불 꺼진 아파트에만 수조원 이상의 돈이 묶여 있는 셈이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과 하청업체에 주지 못하는 자금까지 더해지면 그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돈뿐만이 아니다. 악성 미분양이 늘어나면 입주를 예상하고 계획된 학교시설, 공공시설 등 인프라를 비롯해 상업시설, 편의시설 등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다. 중개업소, 인테리어업체, 이사업체 등 부동산 후방사업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미분양을 털어내지 않으면 신규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 전체적으로 서서히 돈줄이 마르고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