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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원조 축소한 트럼프, "다른 나라들이 돈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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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제사회에 해외 원조 책임 전가
USAID 예산 삭감으로 세계 각국 '혼란'
전문가 "해외 원조 축소, 美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등 타국을 향해 해외 원조에 기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최근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한 해외 원조 규모를 대폭 축소한 미국이 국제 사회에 원조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자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약화하는 '악수'가 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원조 책임' 외면하는 트럼프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던 중, 원조 삭감 조치가 아프리카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질문에 "그것은 파괴적"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돈을 쓰기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는 "다수의 국가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 미국은 항상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있다"며 "다른 나라는 아무도 돕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도 돕지 않으며, 그들이 하는 것은 미국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기조하에 USAID의 대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간면역바이러스(HIV) 대응 프로그램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USAID가 외부 단체들과 맺은 총 6,200개의 다년 계약 중 5,800개를 해지해 540억 달러(약 77조5,000억원) 규모 예산을 절감하고, 국무부 보조금 9,100개 중 4,100개를 없애 44억 달러(약 6조3,000억원)를 아끼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인도주의 원조 제공 국가로, 국제연합(UN) 전 세계 누적 기부액의 최소 38%를 부담해 왔다. 미국이 지난해 해외 원조에 투입한 금액은 610억 달러(약 84조2,290억원)에 육박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원조 축소 결정은 국제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원조 중단 피해국 속출

실제 미국의 원조가 줄어든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례로 태국 북서부 국경 인근의 '매타오 클리닉'은 미국의 원조가 축소되며 미숙아용 인큐베이터 등 의료 장비 구입과 의료진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매타오 클리닉은 미얀마 난민들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USAID로부터 연간 운영비의 약 20%를 지원받아 왔다. 말리에서는 USAID의 지원으로 운영되던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Shifin ni Tagne'이 중단됐다. 'Shifin ni Tagne'는 5년간 약 2만 명의 말리인을 대상으로 지역 언어 교육과 직업 훈련을 제공해 온 프로그램으로, 문맹률이 70%에 달하는 말리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수단 역시 위기에 빠졌다. 수단에서는 2023년 4월 내전이 발발해 누적 1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현재 2,400만 명 이상의 수단 국민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원조 예산 삭감으로 인해 최근 수단의 재정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고, 이는 식량, 의료, 피난처 등 필수적인 지원의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에서는 HIV, 결핵 예방 사업에 대한 USAID 지원이 중단됐고, 필리핀은 기초 교육 지원에 차질을 겪고 있다. 베트남 중부 꽝찌성에서는 베트남 전쟁 당시 매설된 지뢰와 불발탄 제거 사업이 멈춰섰다. 베트남 전쟁 시기에 심어진 불발탄이 8,000만 개 이상 남아 있는 라오스에서도 처리 작업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美 '소프트 파워' 무너진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해외 원조 중단이 원조 대상국은 물론 미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국제개발연구센터(KIEP)는 지난 3월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해외원조 중단이 국제개발협력에 미칠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원조 중단으로 인해 아시아 등에서 발생하는 원조 공백은 중국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USAID 예산 축소 이후 미국이 추진하던 원조 사업을 중국이 이어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USAID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5일 '캄보디아 지뢰행동센터(CMAC)'는 중국이 올해 3월부터 1년간 440만 달러(약 64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1월 말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한 이후 일주일 만에 중국의 원조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캄보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지뢰 피해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1970~1990년대 벌어진 내전과 분쟁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수백만 개의 지뢰와 불발탄을 품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국제사회 내 소프트 파워는 자연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원조 중단은 미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고, 미국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을 '내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전문가는 "해외 원조는 단순한 경제 지원이 아닌 자국의 가치와 시스템을 확산하는 수단의 일종"이라며 "원조를 축소하면 당장 재정을 아낄 수는 있겠지만, 동시에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도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입장을 유지한다면 향후 원조 부담을 짊어지게 될 유럽과 중국, 러시아 등의 소프트 파워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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