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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외교’, 미국 물러난 자리 중국 진입 ‘글로벌 사우스’ 위주 영향력 확대 ‘교육의 힘 깨달아야’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힘의 균형이 전장과 무역에서 교실과 학교, 직업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이 교육 외교(education diplomacy) 예산을 축소하는 가운데,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개발도상국 그룹)를 중심으로 장학금과 직업훈련센터, 교육과정 및 자격증 제도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해외 교육 예산, ‘미국은 삭감, 중국은 증가’
지난 2월 미국 행정부는 국무부 산하 교육문화국(Bureau of Educational and Cultural Affairs)에 대한 93% 예산 삭감을 선언하며 주요 ‘지역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국무부의 교육 및 문화 교류 지원도 끊겼다.
문제는 해당 시기가 중국이 2025년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 순위에서 세계 2위에 등극하고 연구개발 지출을 전년 대비 8%나 늘려 3조 6,000억 위안(약 697조원)을 돌파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미국이 교육을 외교 수단에서 삭제하고 있을 때 중국은 배로 늘린 셈이다. 교육과정과 자격증 인정, 장학금 등이 미치는 영향력으로 볼 때 교육은 이제 외교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외교 자체가 됐다.
‘연구개발 투자’가 중국 ‘교육 외교’의 기반
중국의 해외 교육 정책은 후하기만 한 게 아니라 조직적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학생 5만 명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약속하고 ‘루반 워크숍’(Luban Workshops, 중국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s)도 서구 국가들의 비난 속에 브랜드를 바꿨지만 아직도 160개국에 존재한다.
작년 중국의 연구개발 예산은 GDP(국내총생산)의 2.68%로, 기초 연구 투자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러한 투자가 연구 협력과 직업 훈련, 학위 수여 등을 포함한 중국의 교육 외교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해외 유학생은 113만 명으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중 중국 학생들의 비중이 감소해 인도에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반면 중국에 유학 중인 미국 학생 수는 중국 정부의 공식 초대에도 1,000명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은 매년 16,000~26,000명의 유학생들에게 주거와 등록금, 생활비는 물론 직업 경로까지 포함된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주: 미국 내 해외 유학생(좌측), 중국 내 미국 유학생(우측)
세계 곳곳 1,400개 넘게 자리 잡은 ‘HSK 중국어 능력 센터’도 중국 대학 학위와 중국 기업 입사를 위한 관문 역할을 한다. 공자학원도 이름을 바꿨지만 여전히 글로벌 언어 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 순수한 문화 지원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투자로 보는 것이 맞다.
미국, 정책 변화 없이 중국 상대 ‘어려워’
물론 미국은 지금도 세계 최고의 대학 수준과 글로벌 매력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점 지원이 끊기고 파편화되는 교육 외교로 인해 주도권을 내줄 위기에 있다. 정책 당국은 글로벌 사우스를 중심으로 상호 기준 인정과 현지 업체의 지적재산권 소유, 교사 훈련 등에 초점을 맞춘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
자금 지원도 상징적인 보조금에서 나아가 장학금, 교육 대학, 자격증 취득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로 발전해야 한다. 한편 중국과 교육 협력을 진행하는 미국 대학은 학문의 자유 및 데이터 보호에 관한 조항까지 포함해 투명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해외 교육 예산은 작년 9억 2,200만 달러(약 1조2,830억원)에서 내년 7억 3,700만 달러(약 1조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준으로는 중국의 지원 규모와 구조화된 전략을 당해낼 수 없다.
‘교육 외교의 힘’ 깨달아야
소프트 파워는 ‘관념’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선택과 정부의 정책 도입은 물론 국가의 전략적 입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관념이다. 중국이 개발 프로젝트 및 현지 고용시장과 연계한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시아에서 목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학금 제도로 지정학적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한 국가의 관료제와 교육 제도는 물론 차기 지도자의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지도층이 어디서 공부했고, 무엇을 배웠으며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았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두 가지 선택만이 남았다. 교육 외교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의지를 가지고 경쟁할 것인가?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lassrooms, Not Carriers: Why Education Is the Primary Theatre of Today’s Power Transition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