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고작 140억원" 틱톡 강제 매각 속도 내는 트럼프, 유권자 사로잡기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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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투자자의 틱톡 미국 법인 인수 승인 기존 300~500억 달러로 추정되던 기업가치, 140억 달러까지 미끄러져 "청년층 표심 사로잡기 좋은 기회" 틱톡 강제 매각은 정치적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자국 투자자들이 인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틱톡 미국 법인의 기업가치를 기존 시장 예상치 대비 대폭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며 강제 매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 뒤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에 힘이 실린다.
틱톡 美 법인 거래 본격화
25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을 미국 내에서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안을 승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지난해 통과된 ‘틱톡강제매각법(틱톡금지법)’을 준수할 수 있게 됐다”며 “이 플랫폼은 완전히 미국인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예상 투자자로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스 회장,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등을 언급하며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에서 많은 돈을 벌면서 (틱톡) 사업과 관련성이 있는 세계적 투자자 4∼5곳”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향후 오라클, 실버레이크, 아부다비 국부펀드 MGX 등이 틱톡 미국 법인의 약 45%를 지배하며 거래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 애틀랜틱, 서스쿼해나 등 기존 미국 투자자들도 사업 지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머독은 폭스 미디어 그룹을 통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19.9%의 지분을 보유한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에 배석해 "(틱톡 강제 매각과 관련해) 중국 측에서 일부 저항이 있었다"며 "우린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강제 매각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라며 "어떤 정부에 의해서도 (틱톡이) 선전 도구로 이용되는 걸 원치 않으며, 투자자들이 실제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틱톡 미국 법인의 가치는 140억 달러(19조7,260억원)로 평가될 예정이다.
기업가치 순식간에 '곤두박질'
시장은 미국 정부가 틱톡의 기업가치를 매우 낮은 수준에 책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틱톡 미국 법인의 강제 매각설이 등장한 이후, 곳곳에서는 틱톡의 기업가치에 대한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바이트댄스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제안하면서 자체적으로 3,000억 달러(약 423조4,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 말 2,680억 달러(약 378조2,550억원)에서 재차 덩치를 불린 것이다.
이 중 미국 사업부의 가치는 수백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지난해 7월 틱톡의 미국 사업부가 300~350억 달러(약 42조3,400억원~49조4,000억원)의 시장 가치를 가질 것이라 추정했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강제 매각 상황으로 인해 틱톡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틱톡 미국 사업부를 인수할 재정적 여력을 갖춤과 동시에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규제 감시를 감당할 수 있는 구매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CFRA리서치의 안젤로 지노 수석부사장은 미국 CNBC과 인터뷰에서 "중국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을 판다면 매수자는 400억~500억 달러(약 56조4,600억원~70조5,700억원)를 내야 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초 틱톡의 미국 사업 가치를 600억 달러(약 84조6,800억원)로 평가했던 CFRA리서치가 눈높이를 낮춰 잡은 것이다. 지노 수석부사장은 "(기업가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틱톡 서비스에서 중요한 추천 알고리즘 가치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Z 표심' 틱톡에 달렸다?
시장의 기업가치 예측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책 앞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행보 뒤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틱톡은 미국에서 특히 월간활성이용자(MAU)가 많은 소셜미디어(SNS)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디맨드세이지에 따르면 미국 내 틱톡 MAU는 1억3,57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하지만 모회사가 중국 기업인 만큼, 현지에서는 틱톡이 중국 정부에 미국인 개인 정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틱톡금지법을 제정해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시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시키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법의 시행을 유예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틱톡 금지법에 대한 지지 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대선 때 틱톡에서 젊은 층 유권자의 지지를 확인하며 이를 정치적 수단으로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대 아부다비 캠퍼스 연구팀이 지난해 진행한 알고리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선 기간 공화당 성향 콘텐츠가 민주당 성향 콘텐츠보다 틱톡 추천 알고리즘에서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텍사스·뉴욕·조지아주에서 가짜 계정 수백 개를 만들어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의 콘텐츠를 입력한 뒤 추천 결과를 수집했는데, 그 결과 공화당 성향 계정이든 민주당 성향 계정이든 공화당 지지 콘텐츠를 더 많이 추천받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틱톡에 '공화당 친화적' 알고리즘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더해 미국 이용자는 하루 평균 약 1시간을 틱톡에서 소비하며, 전체 사용자의 약 67%가 18~34세 청년이다. 이들은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재미,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 풍자, 조롱 등 감정에 호소하는 형식의 콘텐츠를 즐긴다. 트럼프 행정부에 있어 틱톡은 젊은 층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표심을 사기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