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투자 열풍 속 엇갈린 자금조달, 인프라 기업 웃고 소프트웨어 기업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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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금리, 소프트웨어 기업보다 42bp 낮아 담보 가치 높은 AI 인프라 기업에 투자금 집중 인프라 투자 급증 속 AI 수익화 성과가 향후 관건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1,080억 달러(약 143조원)에 달했다. 2023~2024년 연평균 발행액인 200억 달러(약 27조원)의 5배를 웃도는 규모다. 통상 채권 발행이 급증하면 자금조달 비용도 상승하기 마련이지만 이들 기업은 오히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 비금융기업의 회사채 발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수익률은 다른 기업보다 약 29bp, 소프트웨어 기업보다 42b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거품 우려와 수익성 논쟁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처럼 채권시장에서는 기업의 사업 영역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차별화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AI 인프라에 금리 우대, 소프트웨어는 역풍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챗GPT 출시가 기업의 재무 상태를 즉각 바꾸지는 않았지만,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높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 변수와 개별 기업 및 채권의 특성을 통제한 뒤 챗GPT 출시 전후 회사채 수익률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이 이뤄졌다. 분석 결과 하이퍼스케일러는 다른 기업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금리 할인 현상은 친환경 채권의 금리 할인 효과를 뜻하는 '그리니엄(Greenium)'에 빗대 '하이퍼리엄(Hyperium)'으로 불린다. 이러한 평가 차이는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비교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AI 인프라 공급기업은 산업 성장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반면,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은 AI 기술로 사업모델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기 가능성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종말을 뜻하는 아포칼립스(Apocalypse)를 결합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AI 인프라에 대한 높은 기대가 모든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위험을 낮춘 것은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올해 3월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채권 발행과 프로젝트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기업별 신용위험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의 차이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위험에도 인프라 투자 자금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는 올해 초 몇 주 동안 560억 달러(약 74조원) 이상을 조달했으며, 발행 채권 대부분은 만기가 5년을 초과하는 장기채였다. 이는 수년에 걸친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AI 인프라 대출의 핵심은 담보 가치
하이퍼스케일러가 대규모 자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인프라의 담보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타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하이페리온(Hyperion)'이다. 지난해 10월 메타와 블루아울캐피털이 설립한 합작회사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27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 '하이페리온(Hyperion)'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사모대출 거래로, 합작회사가 프로젝트 차원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이 채권은 핌코와 블랙록 등이 인수했으며, S&P글로벌레이팅스로부터 A+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처럼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대출기관의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계약 조건이 있다. 메타는 최초 4년간 시설을 임차하고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한편, 16년간 부동산의 최소 가치를 보장하기로 했다. 메타가 철수한 뒤 부동산의 시장가치가 보장액 아래로 떨어지면 그 차액을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대출기관은 시설의 재임대나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도 줄이게 된다.
반면 일반 기업의 AI 도입 프로젝트는 이러한 담보 확보가 어려워 실패 시 투자금을 회수하기 쉽지 않다. 금융기관 등이 AI 모델을 기존 업무 시스템에 통합하려면 맞춤형 코드 개발, 데이터 계약, 직원 교육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투자 결과물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제 AI 도입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MIT 난다(NANDA)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생성형 AI 지출 규모는 300억~400억 달러(약 40조~53조원)에 달했지만, 조사 대상 조직의 95%는 측정 가능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범 도입 단계에 도달한 비율은 20%였으며 실제 운영 단계까지 진입한 비율은 5%에 그쳤다. 이처럼 실패 가능성이 높고 회수 가능한 자산도 제한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은 일반적인 기업대출보다 벤처캐피털(VC) 투자에 가까운 위험을 수반한다.
스타트업 투자도 AI 인프라에 집중
실물 자산의 담보 가치를 중시하는 자금조달 흐름은 AI 인프라 스타트업 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뉴마켓피치(New Market Pitch)의 지난달 자료에 따르면, AI 인프라 기업 193곳이 총 267건의 거래를 통해 525억4,000만 달러(약 70조원)를 조달했다. 공개된 투자금액의 93%는 1억 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대형 투자 라운드에 집중됐다. 대규모 투자 유치도 잇따랐다. 지난달에만 크루소가 20억 달러(약 2조6,500억원) 이상, 플루이드스택이 15억 달러(약 1조9,900억원), 텐스토렌트가 13억 달러(약 1조7,2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3월에는 엔스케일이 약 25억7,000만 달러(약 3조4,100억원)를 조달하는 등 AI 인프라 분야의 투자 열기가 이어졌다.
분야별 투자 규모에서도 인프라 기업에 대한 선호가 확인된다. GPU 클라우드 공급업체인 '네오클라우드(Neocloud)' 기업들의 투자 라운드 중앙값은 1억 달러(약 1,300억원)에 달한 반면, AI 애플리케이션에 가까운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들은 1,900만 달러(약 250억원)에 그쳤다. 전략적 투자자들의 자금 역시 물리적 인프라 분야에 집중됐다. 네오클라우드 기업은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전력 설비와 냉각 시스템, 서버 랙 등을 다른 기업에 매각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자산의 담보 가치 역시 기술 변화에 따라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200메가와트(MW) 규모의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하는 데 82억 달러(약 11조원)가 필요하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 IT 장비에 투입된다. 건물과 전력 인프라는 전체 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문제는 투자 비중이 가장 큰 AI 가속기와 서버가 기술 발전에 따라 빠르게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과 전력 설비는 장기간 활용할 수 있지만 반도체 장비는 새로운 모델이나 컴퓨팅 기술이 등장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신용위험 확대
인프라 기업들이 담보 가치를 바탕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달리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AI에 따른 사업모델 변화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2월 AI가 기존 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로 2,350억 달러(약 312조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기업 레버리지론이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록 역시 AI가 기존 사업을 잠식할 조짐이 나타나면 소프트웨어 기업의 채권과 대출채권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출 심사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운용사와 사모대출 펀드도 AI 도입 계획보다 실질적인 매출 창출 능력에 무게를 두는 추세다. 문제는 AI 전환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기업일수록, 기존 사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금리를 요구받는다는 점이다. 반면 인프라 공급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양측의 투자 여력에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이러한 구조가 소수 기업에 자본과 시장 지배력을 집중시키고 AI 전환에 뒤처진 기업의 차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수익화가 관건
물론 현재 인프라 기업에 유리한 자금조달 여건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주요 5대 기술기업의 자본적지출(CAPEX)은 2020년 970억 달러(약 129조원)에서 올해 8,000억 달러(약 1,06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대로라면 자본적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이들 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총액을 초과하게 된다.
이처럼 투자 규모가 확대될수록 이를 뒷받침할 수익 확보도 중요해진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의 임대료와 차입금 상환 재원은 궁극적으로 해당 시설을 활용하는 AI 애플리케이션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프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 시설의 추가 확보보다 실제 가동률이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현재 5%에 불과한 AI 도입 프로젝트의 실제 운영 단계 진입 비율이 얼마나 높아지는지가 향후 인프라 투자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최종 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채권시장 자금은 인프라 구축기업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향후 AI 투자의 성패는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는 전력 설비와 데이터센터가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AI 애플리케이션의 실질적인 수익성이 중요해질수록 자금조달 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메타가 하이페리온 프로젝트에서 약속한 최초 4년의 임대 기간과 16년의 부동산 가치 보증 기간 사이의 격차는 AI 사업의 수익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I Financing: The Bond Market Lends Cheaply to Infrastructure and Dearly to Implementation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