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MEMO] AI 패권 경쟁에 가려진 부채 폭탄, 빅테크 금융위험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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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부외부채 누적에 재무 건전성 우려 고조 미·중 기술 주도권 경쟁에 국가 차원의 투자·지원 확대 전망 민간 투자 손실의 공적 부담 가능성에 사전 대응책 마련 요구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영문 매체 닛케이아시아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상태표에 드러나지 않은 막대한 부채 규모를 공개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5개 기업이 안고 있는 부외부채는 1조6,500억 달러(약 2,187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아직 가동되지 않은 데이터센터의 리스 계약과 인도되지 않은 프로세서의 구매 계약에서 발생한 채무다. 이는 4년 전보다 8배 증가한 수치로 이들 기업이 공식적으로 공시한 부채 1조3,500억 달러(약 1,790조원)를 웃도는 규모다. 그동안 AI 버블 논쟁은 주로 기업가치 평가와 주가수익비율(PER), AI 모델의 투자비 회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번 보도로 AI 투자에 따른 손실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부각됐다.
AI 버블의 손실 부담을 둘러싼 두 가지 시각
AI 투자에 따른 손실 가능성과 비용 부담을 두고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 시각은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공적자금을 통한 구제금융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본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정치경제연구소(PERI)는 AI 투자 붐에 따른 위험의 상당 부분이 이미 채권시장과 사모신용시장으로 이전됐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AI 기업 간 관계가 긴밀한 만큼 손실이 현실화하면 정부가 이를 떠안도록 강한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2025년 분석이다. 베인에 따르면 연간 약 5,000억 달러(약 663조원)의 AI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2030년까지 AI 산업의 연간 매출이 2조 달러(약 2,652조원)에 달해야 한다.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약 8,000억 달러(약 1,060조원)의 매출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도 지난 10월 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브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콘퍼런스에서 금리 상승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차입 확대가 AI 버블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두 번째 시각은 AI 투자 붐을 과거 금융 버블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I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로 부상한 만큼 투자수익률이 기업가치를 뒷받침하지 못하더라도, 국가 전략적 필요에 따라 자금 공급이 지속될 것이라는 논리다. 양국 정부 모두 자금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므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붕괴나 그에 따른 구제금융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서도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오픈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1월 반도체 구매 대출에 대한 연방정부 보증을 언급하며 AI를 사실상 국가 전략자산에 가까운 것으로 설명했다. 해당 발언은 하루 만에 철회됐으며 백악관 AI 고문 역시 연방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
AI의 경제적 효과와 미·중 패권 경쟁
AI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일정한 근거가 있다. 우선 투자 붐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이 이미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MS는 지난 4월 29일 AI 사업의 연 환산 매출이 370억 달러(약 49조원)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123%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는 40%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분기 순이익은 318억 달러(약 42조원)로 집계됐다. 미·중 패권 경쟁도 AI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7월 'AI 행동계획'을 발표했고 같은 해 8월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중국 국무원 역시 2027년까지 지능형 에이전트와 기기의 보급률을 7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양국의 정책적 지원은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의 올해 2분기 자본적지출(CAPEX)은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한 528억 위안(약 10조원)에 달했다. 중국의 AI 인프라 자금 조달에서도 정부 부채와 국영 투자기구, 은행 대출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와 같이 미국과 중국이 모두 AI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 분야로 규정한 만큼 어느 한쪽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국가 전략산업을 보호하는 것과 해당 산업에 투자한 채권자들의 손실까지 보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과거 통신 버블 붕괴 사례에서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광케이블 통신업체 글로벌크로싱은 200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지만, 이 회사가 구축한 해저케이블은 이후 새로운 소유주에게 건설비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돼 수년간 운영됐다. 결국 통신 인프라는 유지됐지만 손실은 채권자들이 부담한 셈이다. AI 산업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미·중 패권 경쟁을 이유로 데이터센터의 운영과 컴퓨팅 역량을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에 자금을 빌려준 특수목적회사(SPV)의 채권자들까지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민간 투자자의 손실까지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전체 부채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러한 위험을 보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림자 차입'과 금융시장으로의 충격 확산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에 활용되는 복잡한 자금 조달 구조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올해 3월 분기 보고서에서 이를 '그림자 차입(shadow borrowing)'으로 규정했다. 그림자 차입은 컨소시엄과 SPV가 사모신용펀드 및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빌려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거나 매입한 뒤 빅테크 기업이 지급하는 임대료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이 보증을 제공하기도 하며, 은행도 SPV에 신용공여 한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이처럼 여러 금융기관이 연결된 만큼 특정 사업에서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보증 의무가 현실화하면 충격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수 있다. 실제로 BIS에 따르면 사모신용펀드가 AI 관련 기업에 제공한 대출은 2010년 약 30억 달러(약 3조원)에서 지난해 400억 달러(약 53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메타의 데이터센터 사업은 이러한 구조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메타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블루아울캐피털과 데이터센터 단지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지만, 지분은 20%만 보유하고 있다. 총사업비가 500억 달러(약 66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이 프로젝트에서 메타는 데이터센터가 불필요해져 리스 계약이 해지될 경우 투자자 손실을 보전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는 보유 지분은 제한적이지만 사업이 중단되면 상당한 손실을 부담할 수 있는 구조다. 메타의 전체 부외부채는 약 4,200억 달러(약 556조원)로 공식 부채의 약 3배에 달한다. 오라클도 대규모 부외부채를 안고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오라클의 부외부채는 2,733억 달러(약 362조원)로 4년 전의 약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상당 부분은 오픈AI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평가사 S&P 글로벌레이팅스는 지난 7월 9일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BBB-'로 강등했다.
이들 기업의 부외부채가 주목되는 이유는 회계상 부채 인식 시점에 있다. 현행 회계기준상 아직 가동되지 않은 데이터센터의 리스 계약은 실제 운영이 시작되면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반영된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에는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지만, 정작 투자수익을 내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 부채가 급증하는 구조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은 이 같은 부외부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로이터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4개 기업은 지난 7월 7일까지 약 1,940억 달러(약 257조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인 1,080억 달러(약 143조원)보다 79% 큰 규모다. 채권 발행이 급증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 움직임도 나타났다. 올해 발행된 비교 가능한 채권 91개 가운데 78개는 7월 기준 발행 당시보다 높은 수익률로 거래됐다. 결국 AI 투자에 차질이 발생하면 손실은 관련 기업의 주주들에게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데이터센터 사업에 자금을 공급한 금융기관은 물론 투자적격 채권을 보유한 보험사와 연기금으로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AI 부채 위험 파악과 정부 지원 원칙 마련 시급
이처럼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위험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규제당국의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AIG 구제 사례는 이러한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연준은 2008년 9월 보험사 AIG에 850억 달러(약 112조원)의 긴급 신용공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당시 AIG의 신용부도스와프(CDS)에 어떤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공적자금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흘러갔는지는 수개월이 지나서야 드러났고 그사이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커졌다.
AI 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데이터센터의 소유주와 채무 부담 주체, 금융기관별 손실 흡수 능력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닛케이아시아 역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기업 공시자료의 주석을 일일이 분석해야 했다. 이에 SEC는 상장기업의 미개시 리스 계약과 잔존가치 보증, 장비 구매 약정, 차환 일정, 특정 임차기업에 대한 의존도 등을 통일된 양식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발행된 채권의 자산가치 하락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 채권의 신용등급은 주로 임차기업의 지급능력에 좌우되지만, 담보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기술 변화에 따라 가치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AI 모델의 구조가 바뀌거나 더 저렴한 차세대 반도체가 등장하면 채권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대신 정부 지원에 앞서 명확한 조건과 손실 부담 원칙 마련이 요구된다. 경제학자 월터 배젓이 제시한 담보와 높은 금리를 조건으로 한 자금 지원 원칙이 참고할 만한 기준이다. AI 산업에서도 정부가 보증이나 대출, 지분 투자에 나설 경우 부외부채를 전면 공개하고 민간 투자자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AI Bubble Must Be Contained Before It Becomes a Bet on Hegemon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