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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외식 소비자물가지수, 서민 식품 위주로 올랐다 "최대한 싸게 해결하자" 간편식·구내식당 수요 급증 미국 등도 런치플레이션으로 '골머리'
고물가·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하며 소위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떡볶이, 햄버거, 김밥 등 서민들이 많이 찾는 메뉴의 가격이 속속 뛰면서 외식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세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에 소비자들의 수요는 비교적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 시장·구내식당 등에 몰리고 있다.
외식 비용 부담 가중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117.38)보다 3.1%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년(6.0%)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소비자물가지수(2.3%)보다 높은 수준이다.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기록했으며, 2012년 이후 12년째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를 상회하고 있다.
해당 기간 상승폭이 가장 큰 외식 메뉴는 도시락(5.9%)으로 확인됐다. 이어 떡볶이 5.8%, 햄버거 5.4%, 김밥 5.3% 등 순이었다. 칼국수·치킨(각 4.8%), 냉면(4.2%), 쌀국수(4.1%) 등도 4%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비교적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인 편의점 도시락(4.9%), 삼각김밥(3.7%) 등의 가격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가성비' 식사 인기
외식 물가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식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편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소비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이마트의 김밥, 샌드위치 등 간편식사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간편식사류 매출 신장률이 30%를 웃도는 수도권 10위 내 점포에는 사무실 중심 상권으로 꼽히는 여의도점, 양재점, 영등포점이 포함됐다. 이는 직장인의 간편식 수요가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3개 점포 중 인근 상권의 외식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여의도점 간편식사류 매출 신장률은 71.9%에 달했다. 양재점의 매출 신장률은 39%, 영등포점의 매출 신장률은 34.6% 수준이었다.
이들 점포에서 특히 인기를 끈 품목은 김밥과 샌드위치였다. 해당 기간 3개 점포의 김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4%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점포의 김밥 매출 평균 증가율(52%)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해당 점포의 샌드위치 매출 신장률(62%) 역시 전국 점포 평균(27%)을 크게 웃돌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가 가능한 구내식당 역시 소비자 수요를 대거 흡수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 구내식당업의 전망지수는 2022년 4분기 95.83, 지난해 1분기 98.59, 2분기 100.34, 3분기 98.67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망지수 역시 95.49로 같은 기간 외식산업 전체 전망지수(83.65)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美도 식료품 물가로 신음
한편 식품 물가 상승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례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등장한 국가인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은 상태다.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닐슨 IQ의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슈퍼마켓에서 100달러(약 14만7,000원)로 구입한 식료품을 2024년에 동일하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약 137달러(약 20만1,400원)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식 부담 역시 눈에 띄게 가중되고 있다. 뉴욕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즐겨 먹는 샐러드와 빵 세트, 푸드 트럭 간편식 등의 가격이 줄줄이 뛴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화한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 현상 역시 외식 부담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는 15% 팁도 눈치가 보이고, 20%는 건네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25~30%에 달하는 팁을 요구하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민들은 식비 지출 확대로 인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퀄트릭스가 인튜이트 크레딧 카르마의 의뢰로 18세 이상 성인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식료품 비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0%에 달했다. 응답자 중 27%는 식료품 비용 증가로 종종 식사를 거른다고 답했으며, 26%는 식비 부담 때문에 자신과 가족들이 건강에 해로운 식품을 사 먹은 일이 있다고 밝혔다. 식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할인점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등 쇼핑 습관을 바꿨다고 답한 이는 37% 수준이었으며, 식료품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답한 응답자도 21%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