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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구지은 전 부회장에 주식 매각 내용증명 보내 기업가치 1.5조원, 주당 6만5,000원 매각 의사 타진 구 전 부회장 우선매수권 행사도 소멸됐다는 판단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이 한화로부터 마지막 주식 매각 기회를 통보받았다. 국내 식자재·급식업체 아워홈은 고(故) 구자학 회장이 GS리테일(옛 LG유통) 푸드서비스 사업부에서 분리해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운 회사다. 비상장 가족회사로 구자학 회장의 4남매(구본성·구미현·구명진·구지은)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한화, 구지은 전 부회장에 마지막 매각 기회 제안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지은 전 부회장은 구미현 아워홈 회장과 한화 측으로부터 아워홈 지분 40.27%에 대한 매각 의사를 묻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매각 대상은 구 전 부회장의 지분 20.67%와 구 전 부회장과 뜻을 함께 하는 구명진 전 이사의 지분 19.60%가 포함된다. 내용증명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 측은 오는 23일까지 매각에 대한 입장을 통보해야 하는데 내용증명에는 '마지막으로 매각 기회를 드린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조건은 주당 6만5,000원으로 이는 한화 측이 이전에 제시한 양해각서(MOU)와 유사한 수준이다. 한화로의 지분 매각은 사남매 중 둘째인 구미현 아워홈 회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 회장의 지분 매각 가격도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이미 한화 측과 MOU를 체결한 구본성 전 부회장도 주당 6만5,000원에 매각하는 것에 동의했다. 만약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이번 내용증명에 응하는 답신을 보낼 경우, 한화는 아워홈의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된다.
변수로 꼽히던 우선매수권도 사실상 소멸
한화 측으로부터 주식 매각 제안을 받은 구지은 전 부회장은 이번 아워홈 인수전에서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형제 간의 갈등으로 언니 구미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빼앗겼지만 여전히 2대주주로서 이번 인수전의 향방을 좌우할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말 아워홈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최종 거래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내년 초 아워홈 지분 100%를 1조5,000억원에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한화가 아워홈 인수에 처음 뛰어들었던 때만 하더라도 아워홈 정관에 있는 우선매수권이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아워홈 정관 제9조 제3항에 따르면 기존 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경우 주주 명부상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 즉, 한화가 매수하겠다는 가격을 구지은 전 부회장이 감내할 수 있다면 한화보다 먼저 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아워홈에 제시한 주당 6만5,000원, 기업가치 1조5,000억원이란 가격은 경쟁사로 꼽히는 급식·식자재 업체인 현대그린푸트,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와 비교할 때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가 많다. 한화가 제시한 주식 가격은 아워홈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스스로 평가한 가치(3만8,000원)보다도 1.7배 가량 높다. 최근 4개 분기 실적 기준 주가수익배율(PER) 평균은 2.91인데 한화는 이를 11.0으로 평가했다.
특히 법조계는 이번 내용증명에서 '마지막 주식 매각 기회'라고 표현한 점에 주목한다. 한화 측이 MOU 체결 당시 주당 매각 가격을 명시했고 충분히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음으로 우선매수권 행사 기회가 이미 소멸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매수권 행사의 절차를 따로 정하지 않았을 경우, 실질적으로 방해할 목적 없이 행사 기간을 충분히 줬는지, 우선매수권 행사 방해를 위해 지나치게 허황된 가격을 부른 것은 아닌지 여부로 결정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 전 부회장 거취 두고 다양한 관측 내놔
다만,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종전까지 우선매수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주식 매각 의사를 묻는 마지막 내용증명을 받기 전까지 구지은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실사도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MOU를 추진 한다는 내용만 고지받았다”면서 “제대로 제안을 넣으면 그때 대응에 나설 계획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내용증명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까지 구 전 부회장은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합계 57.84%)을 매입해 경영권을 탈환하고자 재무적투자자(FI)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이 제시한 아워홈의 기업 가치(1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구 전 부회장이 두 남매의 지분을 가져오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인수 자금은 8,700억원이다. 금융권 대출로 조달 가능한 최대 인수금융은 6,100억원임을 감안할 때 모자란 인수 자금을 메우려면 FI로부터 2,6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에서 구 전 부회장의 거취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구전 부회장의 보유 현금을 감안하면 우선매수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재계 일각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신 캘리스코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현재 캘리스코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캘리스코 최대주주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다. 구 전 부회장이 향후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의 캘리스코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