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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IPO 우등생 ‘현대힘스’ 매각 가능성 솔솔, 최대주주 보호예수 해제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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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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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제이앤PE 지분 53% 보호예수 해제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현대힘스 주가 탄력
2대 주주 HD한국조선해양 존재감 부각
울산 북구에 위치한 현대힘스 본사/사진=현대힘스

조선기자재 생산 업체 현대힘스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대두됐다.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의 보호예수가 이달 말 해제를 앞두고 있어서다.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조선 업계의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제이앤PE가 현대힘스 경영권을 매각하는 과정에 상당한 차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HD현대가 거론된다.

5년 만에 25% 회수, 다시 1년의 기다림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이앤PE는 내달 초부터 현대힘스 경영권 매각을 위한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특수목적회사(SPC) 허큘리스홀딩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현대힘스 지분 약 53%다. 해당 지분에는 현대힘스 상장 후 1년간 보호예수가 적용됐으나, 이달 26일로 종료된다. 모든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제이앤PE는 지난 2019년 HD현대로부터 현대힘스 지분 75%를 사들였다. 당시 HD현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힘스, 현대중공업터보기계 등 기자재 업체들을 연이어 매각할 때였다. 제이앤PE는 이러한 HD현대의 속사정 덕분에 인수 대금 1,000억원이라는 좋은 조건으로 현대힘스를 품을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26일 진행된 기업공개(IPO)에서도 현대힘스는 상장 첫날 공모가(7,300원)의 4배에 달하는 2만9,200원의 높은 주가를 기록하며 제이앤PE의 성공적인 투자를 알렸다. 제이앤PE는 이 과정에서 현대힘스 주식 348만3,000주를 매각, 구주 매출로 약 254억원을 회수했다.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1년간 보유한 뒤 매각하기로 했다.

10일 종가 기준 현대힘스 주가는 1만7,800원으로 공모 당시와 비교하면 60% 수준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이앤PE가 이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잔여 지분을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 전체가 호황기에 접어든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선박 건조에 동맹국을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에는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며 “(미국은)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에서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HD현대의 함정 블록 작업장/사진=HD현대 뉴스룸

조선업 호황에 날개 단 현대힘스 실적

2008년 설립된 현대힘스는 ‘곡블록’ 생산 전문 기업이다. 대형 선박을 제조할 때는 평평한 모양의 블록과 곡선 모양의 수많은 블록이 필요하다. 배의 앞, 뒷부분에는 물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곡선 모양의 블록을 조립하고, 용접해 만든다. 이를 곡블록이라고 하는데, 직선 형태의 블록보다 공정이 까다롭고,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현대힘스는 주로 HD현대 계열사의 선박 곡블록 외주제작을 진행해 왔다. HD현대가 배를 수주하면, 곧 현대힘스의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HD현대삼호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엔진룸 물량의 약 50%를 현대힘스에 맡겨 왔다. 15년 넘게 HD현대 물량만을 처리하며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동반 성장했다는 게 현대힘스의 설명이다.

선제 추진한 공장 증설도 현대힘스의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현대힘스는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천북공장, 포항2공장, 대불1·2·3공장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생산 능력 확대에 열을 올렸다. 조선업 호황과 함께 찾아온 급격한 수주 증가에 대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최지용 현대힘스 사장은 “2010년대 후반부터 진행해 온 원가 절감 활동이 자리 잡으면서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생산량이 늘면서 고정비 흡수 효과 또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원가 절감과 고정비 흡수 효과에 힘입어 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3년 기준 현대힘스의 매출은 1,892억원으로 전년(1,448억원) 대비 3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에서 145억원으로 285.0% 뛰었다. 영업이익률로는 2.6%에서 7.7%로 3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현대힘스의 실적 개선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조선 기업들이 160조원 규모의 수주 잔량을 달성하며 일찌감치 4년분 일감을 확보해 둔 덕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한 해에만 205억6,000만 달러(약 29조9,127억원) 수주에 성공하며 파트너사들의 바빠질 2025년을 예고했다. 최 사장은 “주요 고객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수주 행진으로 현대힘스의 모든 공장이 바삐 가동되고 있다”며 “단가 인상도 적절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익성 증대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블록딜과 선 그은 제이앤PE

업계는 HD현대 측에서 현대힘스를 되살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HD현대는 2019년 현대힘스를 매각한 후 넉넉한 자금 실탄을 가지고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에 매각돼 한화오션으로 새출발했다. 조선업의 슈퍼사이클이 열린 현시점으로 돌아오면, HD현대로서는 현대힘스를 다시 사들여 수직계열화에 힘쓰는 편이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HD현대가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을 통해 현대힘스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제이앤PE 역시 지난해 1월 현대힘스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 ‘향후 보호예수 해제 시에도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제이앤PE는 구주매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었지만, 시너지가 있는 동종업계 원매자를 우선 인수자로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만큼 HD현대와 일종의 합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해석이다.

문제는 매각 가격이다. 2019년 1,000억원 안팎에 거래된 회사가 시가총액 6,000억원을 넘긴 만큼 추가 협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IPO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만큼 현대힘스에 눈독을 들이는 곳이 많다”면서도 “현대힘스의 사업 비중을 고려하면 HD현대 측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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