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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석학들, 트럼프 대통령 고관세, 감세 정책이 인플레에 미칠 영향 미미하다 평가 반면 연준 정책 독립성이 침해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커 파월 의장 연임 지지 않는다 발언, 재임 1기 중 여러차례 불만 표현했기도
미국 경제석학들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고관세, 감세, 불법이민 단속 강화 등이 낳을 물가 불안보다 연방준비위원회(Fed) 독립성 침해가 더 인플레이션 위협이 크다고 지적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미 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쏟아낼 무역 정책 및 감세안보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더 크게 나타냈다고 밝혔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공공 재정 관점에 있어서 갖는 장단점과 별개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버냉키 전 의장과 자리를 함께 한 다수의 경제석학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이자율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자칫 글로벌 시장 전체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석학들, 트럼프 정책보다 연준 개입이 물가 불안 야기할 가능성 높아 지적
버냉키 전 의장은 이민 통제 정책이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상품과 서비스 구매가 감소해서 물가 압력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관세 정책의 경우에도 단순한 외교 협상 카드로 쓰일 경우 일시 부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만큼 관세 효과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때문에 정치적 위험 등의 매우 이례적인 상황을 제외하면 인플레이션 경로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냈다.
오바마 행정부 고문을 지낸 크리스티나 로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반적인 거시 경제 측면에서 볼 때, 급격한 변화나 끔직하게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로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는 파월 연준 의장의 노력을 방해하는 등 불안 요소가 인플레이션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공격한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시장의 연준에 대한 신뢰 약화, 금융 시장 혼란이 야기되고, 글로벌 시장으로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역시 오바마 정권에서 경제 고문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더라도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을 통해 연준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봤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6월로 약 1년 반이 남은 상황이다. 퍼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게보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 독립성 지켜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침해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바이든 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보장에 대한 평가도 함께 제기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의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내 전임자와 달리 난 연준이 인플레이션 감축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했고 그 독립성이 국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난 대통령이 된 이후로 한 번도 연준 의장과 대화한 적이 없다"며 "연준이 독립성을 잃는다면 우리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연준의 금리 인상을 비판하며 연준 의장과 대립각을 세웠고, 이번 대선 선거전 내내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결정에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Cato) 연구소의 노버트 미셸 부소장은 포브스 기고에서 "트럼프의 연준 발언은 위험하게 들리지만, 통화정책은 본래 정치적인 것"이라며 "역사적 사실과 연구는 연준의 독립성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연준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경제학계의 주장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독립성이 대부분 신화에 불과하다"며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회고록에서 워싱턴에서 배운 한 가지는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으면 어떤 경제 프로그램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며 8년간 재임했던 버냉키 전 의장 스스로 연준이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는 사실이 연준 독립성이 허구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연준보다 내 직감이 더 낫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선거전 중 '연준보다 내 직감이 더 낫다'며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해 혹평을 내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기간에도 내내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연준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적은 종종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기관인 연준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전례는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10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재선되면 "그(파월)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경우"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2026년 임기가 끝나는 그를 재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연준이 지난 9월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하자 '정치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금리 인하가 여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중앙은행 금리정책 관여 발언을 지원사격한 바 있다.
미국에서 정치권력이 연준에 금리를 낮추도록 압박한 사례는 1970년대까지 있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아서 번스 전 의장에게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것을 압박했다는 게 백악관 테이프 녹취를 연구한 학자들의 결론이었다. 번스 전 의장의 통화완화 정책이 닉슨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한 탓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연준의 무책임한 완화 정책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 답변은 베네수엘라 시나리오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는 무책임한 정부가 부채를 지불하기 위해 통화발행에 의존했으며 이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