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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 오피스 거래 2020년 이후 최대
중구 등 도심 오피스 3.3㎡당 3,073만원
공급 확대 가시화에 선별적 투자 돌입
서울 주요 업무 권역 내 오피스 빌딩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주요 빌딩의 3.3㎡(1평)당 거래가격이 4,000만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서울 전체 평균 임대료 또한 꾸준히 올라 3.3㎡당 10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변수로는 중장기적 공급 물량이 꼽히는 가운데, 오피스 빌딩이 높은 공실률로 시름한 물류센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고개를 들고 있다.
거래가격 연간 최대 7% 상승 전망
17일 상업용 부동산분석기관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 거래 규모는 13조3,4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조5,322억원) 대비 77% 증가한 수준이자, 2020년(13조9,902억원) 이후 최대 거래 규모다. 4분기 거래 규모 또한 5조532억원으로 2020년 3분기(5조4,813억원) 이래 유일하게 5조원을 상회했다.
권역별로는 4분기 기준 도심(CBD) 오피스 거래가 2조1,703억원으로 가장 활발했고, 이어 강남권(GBD·1조2,730억원), 여의도(YBD·8,362억원) 등 순을 보였다. 3.3㎡당 거래 가격은 CBD 3,073만원, GBD 3,403만원, 기타 지역 1,709만원으로 대부분 권역에서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YBD의 경우 3.3㎡당 3,000만원대 거래(미래에셋증권빌딩)가 이뤄진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7% 상승한 2,485만원의 평균 거래가격을 기록했다.
젠스타메이트는 향후 2~3년 동안 서울 오피스 거래가격이 연간 최대 7% 수준의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하에 따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 회복이 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CBD의 대신343(중구 삼일대로)과 GBD의 코레이트타워(강남구 테헤란로), 센터포인트강남(강남구 테헤란로) 등은 3.3㎡당 4,0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될 것이란 예측이다.
서울 전체 오피스 평균 임대료 또한 동반 상승해 오는 2026년 사상 최초로 3.3㎡당 1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3.3㎡당 임대료가 10만원을 초과하는 곳은 CBD(10만8,500원)과 GBD(10만6,800원) 단 두 곳에 그쳤다. 김규진 젠스타메이트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로 투자 심리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자산별 희비는 다소 엇갈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확대→공실률 증가→가격 하락
핵심 변수로는 공급 물량이 꼽힌다. 통상 공급 확대에 기인한 부동산 시장의 외형적 성장에는 공실률 증가 및 임대료 조정, 임차인 유치 경쟁 심화 등이 수반된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씨비알이(CBRE)코리아에 의하면 오는 2031년까지 CBD, GBD, YBD 등 서울 3대 업무 권역에만 471만㎡에 달하는 오피스가 신규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공급된 물량(1,057만㎡)의 약 4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공급 확대가 예견되면서 투자 또한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이미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연면적 9만9,000㎡ 이상의 물건)과 A급 오피스빌딩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 프라임 오피스빌딩의 평균 공실률은 0.85%로 1% 미만인 반면, A급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3.49%로 약 2.6%p의 차이를 보였다. 프라임 오피스빌딩은 높은 수요로 평균 명목 임대료도 A급 오피스빌딩 대비 40%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 신규 공급의 83%를 떠안은 CBD는 세운지구와 서울역, 서소문 등지에 대규모 복합 개발을 진행 중이다. 예정된 물량이 모두 공급되면 CBD 오피스 시장 규모는 GBD의 2배, YBD의 3배로 커지게 된다. 최수혜 CBRE 총괄 상무는 “서울 오피스 시장은 대규모 공급과 수요 변화라는 중요한 전환점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특히 CBD 권역은 핵심 업무지구로의 도약 가능성과 함께 단기적인 공실률 상승과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 촉발한 물류센터 과잉 공급
시장에서 오피스 시장이 높은 공실률로 시름한 물류센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1년 이전까지 1%대의 낮은 공실률을 자랑하던 수도권 A급 물류 시장은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기존 물량의 약 2배에 달하는 공급이 쏟아지면서 공실률이 21%(2024년 3분기 기준)까지 치솟았다.
현장에서는 시행사가 공사비를 지불하지 못해 시공사가 이를 인수한 사례도 여럿 포착됐다. 경기 안성의 가유 물류센터는 선매각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장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넘어갔으며, 경기 이천의 SPC물류센터는 DL건설에, 인천 원창 물류센터는 SGC이테크건설에 매각됐다.
단기간에 급증한 공급 물량과 그에 따른 임차인 유치 경쟁 심화, 공사비 증가에 따른 준공 지연 등이 겹치며 많은 물류센터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그마저도 해결하지 못한 곳들은 속속 경·공매 시장으로 밀려났다. 이와 관련해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컨설팅팀 이사는 “물류센터 수요는 분명히 있으나, 공급이 과해 공실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짚으며 “신규 공급 하락세가 어느 정도 지속된 후에나 수급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