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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외국계 기관 지분 7%, 주요 자문사 권고 따라 움직인다 핵심 의결권 자문사 대다수 "이사회 규모 제한해야" 집중투표제 관련 제안은 '찬반 혼재'
향후 글로벌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캐스팅보터' 지분의 절반 이상이 자문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외국계 기관 소유인 만큼,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주요 자문사의 의견이 분쟁 상황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외국인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외국계 기관이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은 발행 주식 수 기준 7%에 달한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에 속하지 않은 캐스팅보터 지분율은 총 12.5%로 파악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을 외국계 기관이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4.5%, 국내 투자자들의 지분은 기관과 개인을 모두 합해 1%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IB 업계에서는 사실상 외국계 기관과 국민연금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문사들의 의견이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외국계 기관들의 표심은 사실상 ISS나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의 권고를 그대로 따라간다”며 "7%에 달하는 표심이 자문사들에 달린 셈"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계 기관의 60~70%는 ISS, 나머지는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규모 제한 대부분 '찬성'
이런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 사항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주요 자문사들은 임시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 중 하나인 이사회 규모 제한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MBK·영풍 연합은 14명에 달하는 신규이사 선임 안건을 임시주총에 상정한 상태다. 이사회 규모 제한 없이 이들이 모두 선임될 경우 고려아연 이사회는 27명 규모가 되며, 경영권 역시 MBK·영풍 연합에 넘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해 글래스루이스는 "효율적인 의사 결정과 모든 이사의 의미 있는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이 20명을 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정원 제한이 없다면 이번 주주총회 이후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대 33명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저해할 수 있는 규모"라고 평가했다.
ISS도 "이사 수 상한이 이사회 변화를 막는 것이라는 영풍·MBK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의사 결정이 마비되고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의사회 규모 제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국내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역시 "국내외 기업의 평균 이사회 구성 인원과 이사 수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사 수 상한을 19인으로 하는 안이 이사회 기능과 운영에 있어 긍정적 측면이 더 클 것"이라며 이사회 규모 제한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집중투표제 관련해선 의견 엇갈려
다만 임시 주주총회의 또 다른 핵심 안건으로 꼽히는 집중투표제와 관련해서는 자문사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우선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 도입 정관변경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이사회 장악을 노리는 각 세력이 선출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집중 투표 전략을 사용하면 이사회 대표성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주주 대표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이점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서스틴베스트 역시 집중투표제에 대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돼 찬성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글로벌 1위 자문사인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ISS는 “집중투표제는 일반적으로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영풍·MBK 측이 추구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변화와 영향력을 희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 사안에서 집중투표제가 악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MBK·영풍 측도 소액주주를 위한 집중투표제 취지가 변질될 수 있다며 이번 임시 주주총회가 아닌 다음 주주총회 때부터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자문사들이 주요 논제와 관련해 각기 다른 시각을 드러낸 가운데, 시장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섣불리 점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임시 주주총회가 10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의결권 자문사들의 제안이 혼재돼 있는 것"이라며 "향후 교통 정리를 돕기 위해 MBK·영풍 연합과 최 회장 측이 추가적인 여론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