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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현 후보자)이 추진해 이뤄졌었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문재인 정부 들어 폐지됐다가 다시 부활한다. 보수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6·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유권자들의 수요에 정부가 적극 반응한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 확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별 밀착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며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 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즉시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 교육감은 이날 취임 100주일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 이후 학생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관련 평가자료 개발, 학교별 학력컨설팅 등을 강화하겠다”며 기초학력 증진 및 학업성취도 평가 도입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즉시 호응의 메시지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본인의 핵심 공약으로 ‘학력 신장’을 내놓은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등도 윤석열 정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에 대해 적극 따를 확률이 높다.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강원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를 취임 100일의 가장 중요한 역점 사업이었다고 언급했다.
교사 여론과 기존에 맺은 단체 협약이 장애물
문제는 일선 교육 현장의 교사들의 여론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는 최근 교사 7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진단평가의 교육적 필요성에 대해 67.3%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전교조 부산지부가 공개한 교사 1,3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실시에 대해 반대한 여론이 78.2%였고, 찬성 여론은 20.6%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부산교사노조(225명 응답) 설문조사에서도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61.3%, 찬성은 23.1%에 그쳤다. 비록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조사라지만, 일선 교사들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지표다.
각급 시·도 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맺은 단체 협약도 문제가 된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전교조 지부장 출신 민병희 전임 교육감이 지난해 7월 전교조와 “교육청·교육지원청 주관 학력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맺었고 이 협약에는 “초등학교에서 학기 초 진단평가 및 중간·기말고사 등 일제 형식 평가를 근절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본래 단체협약은 근로조건, 임금, 복지 등 교사들의 권익에 대한 내용만을 담는 것이 원칙이기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1년 “2010년 강원도교육청이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 중 ‘학력고사 금지’ 내용은 교육정책에 관한 사항으로 비교섭 대상”이라 지적했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해석해 시정 명령이 내려지진 않았다. 이에 강원도교육청은 전교조와의 합의를 일단 추진하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여론이 학업성취도평가 전수 확대의 키가 될 전망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으로 시행해 강원도 내 교사 1,905명과 학생 3,812명, 학부모 6,658명 등 총 12,375명이 참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학생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평가도구의 필요성'에 대해 학부모 81%, 교사 74%, 학생 40%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강원도형 학업성취도 평가 필요성'에는 학부모 72%, 교사 44%, 학생 33%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엄정한 샘플링 기법을 통해서 이뤄진 조사는 아니지만, 대강의 여론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판단된다. 6·1 지방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후보 단일화 미비 등에도 대거 당선된 것처럼, 학부모들의 여론은 학력평가 확대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강원도에서는 여러 학부모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 시행 학력평가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 바 있다. 애초에 노동조합이 시험 실시 여부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여론을 수렴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는 현상 자체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