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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분을 샀던 ‘양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과 같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소년범죄의 증가에 법무부가 칼을 빼 들었다. 법무부는 2일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형법 개정안을 3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촉법소년이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면제받아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고, 사회봉사와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 받는 법적 지위를 말한다. 이번 형법 개정안은 법무부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소년범죄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개정되는 소년법과 형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기준 촉법소년 연령 상한 13세로 하향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법제화 ▲소년원 송치 처분(9호・10호)과 장기 보호관찰 병과 ▲임시 조치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권 보장 ▲소년보호재판에서 피해자 진술권 및 참석권의 실효적 보장 등이 있다.
소년범 흉포 행위, 만 13세부터 급격히 증가
이번 법무부의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의 근거로는 전체 촉법소년(10세~13세) 보호처분 중 13세의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것이 있다. 12세와 13세는 크게 다르지만, 13세와 14세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소년들의 일탈행위의 흉포함이 만 13세부터 급격히 증가함을 시사한다. 이는 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성숙이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원인에 의해 빨라져 사춘기 청소년들이 갖는 특유의 공격성이 표출되는 시기가 많이 앞당겨졌음을 뜻한다.
실제로 2016년 서울시 강북구와 양천구 남녀 중고교생 456명을 상대로 실시한 2차 성징의 시작 연령이 폭력행동과 학교생활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수행 연구 조사에 따르면,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2차 성징 시작 시기가 빠르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보통의 여성 중·고등학생의 초경 연령이 11.9세였다면,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여학생은 평균 10.1세에 초경을 겪었다. 남학생들의 변성기 역시 일반적인 남성 중고교생은 12.7세에 찾아왔지만,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남학생은 11.2세에 변성기가 시작됐음이 관찰됐다. 폭력 성향을 드러낸 청소년들의 2차 성징 시작 시기가 빠른 셈이다.
이는 이들의 부모 세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요즘 10대들의 성적 성숙이 빠르게 이뤄졌음을 뜻한다. 이들의 부모 세대인 1970년대 여성의 초경 연령은 14.4세이며, 남성은 이보다 1년 정도 늦은 15.4세에 변성기를 보이는데 이들의 자녀 세대는 성적 성숙을 보이는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많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 학생의 성적 성숙도가 피해 학생의 성숙도보다 대체로 높은 경우가 많다.
청소년 일탈행위, 빨라지는 성적 성숙과 관련 깊어
그런데도 촉법소년의 나이 기준인 만 14세는 1953년 법제화된 후 약 70년간 변화가 없다. 수십 년간 경제발전 및 사회 환경적 변화에 따라 청소년들의 성적 성숙이 빨라졌고 그것이 파생하는 일탈 행위의 시작 시기가 앞당겨졌음에도 법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참고로 청소년들의 성적 성숙 시기와 청소년기 비행이 시작되는 시기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만 13세 소년들의 경우 전두엽 발달이 충분히 되지 않아 범죄 충동에 대한 조절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범죄행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어린 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형사미성년자들이 가담한 절도 범죄의 양상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촉법소년이 가담한 절도사건 등 범죄에서 그들이 주도적 역할을 맡은 경우는 전체의 73.8%이며, 촉법소년이 공범들보다 범죄 성립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범죄수행 능력이 공범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만 13세 아동의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아동이 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적으로 아동에게 책임을 지우기에는 다소 가혹하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감성이 먼저 발달하고 이성이 다소 늦게 발달하는 청소년이기에, 타인의 인생을 조각내는 잔혹한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겠지만, 그 무게가 성인에게 주어지는 처벌만큼 무거워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