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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제는 '국민 세금'된 종부세, 부담범위 늘어나면 민주당이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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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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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남다른 정치적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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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더 이상 '부자 세금'이 아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이제 명실공히 ‘국민 세금’이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소득세를 실질적으로 내는 사람은 1,200만 명 정도로, 종부세를 내는 가구의 인구가 전체의 24% 정도 된다는 추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 약 1/4가량이 종부세 부담의 영향을 받게 됐으니 보편적인 세금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서울에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 중 강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50% 이하로 내려갔으며 이는 종부세가 도입된 지 17년 만의 일이다. 부동산 보유의 불평등 해소를 명분 삼아 일부 고소득 자산가들에게 과세하려는 법제로 시작한 종부세가 맞이한 ‘화려한 결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부세에 대한 국민 여론도 크게 좋지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7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5.8%는 종부세 완화에 '매우 공감한다'고 답했고 '대체로 공감한다' 역시 31.1%를 차지했다. 두 의견을 합하면 총 56.9%가 된다. 종부세 완화에 공감하는 국민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 제도 폐지 △종부세율 인하 △주택분 종부세 기본 공제금액 인상 △세 부담 상한 조정안 등 전반적인 종부세 완화를 그 내용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무한 계류 중이다. “종부세 완화는 부자 감세”라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탓이다. 정부는 이후 재산세 인하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유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차선책이다.

사실 종부세는 그 자체로 문제가 많은 세금이다. 먼저 부동산 자산이 커질수록 이익의 규모는 줄어드는데, 부동산 자산 보유에 대해 누진적으로 세율을 적용하는 종부세는 행정서비스의 이익을 받는 자가 그 이익의 양에 따라 조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조세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리고 종부세는 특정 집단에 경제적 부담을 집중시키기 때문에 사회부조적 성격보다는 약탈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 현재 종부세의 누진세율은 2주택 12억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 3.6%나 되는데 이 정도의 세율 하에서는 20∼30년이면 개인의 재산 전체를 국가가 사실상 강탈하게 된다. 한마디로 정의롭지 못하다.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두 가지 이유 : 사고방식 그리고 이념

그렇다면 왜 민주당은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일 정도로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가? 첫째로는 진보적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고 분석된다. 미국도 그렇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정치적 진보 성향을 띠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조를 위해서 소득이나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많은 세금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민주당 정치인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 43.1%의 응답자들은 반대의 이유로 '부자에 대한 감세로 불평등 심화'를 들었다.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이러한 민의를 민주당 정치인들이 그들의 정치 행위에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둘째로는 종부세가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는 일종의 ‘이념’이기 때문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표라서 그들은 부자와 빈자를 갈라치면 9대1로 유리해진다는 ‘이념’에 인질이 돼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을 보면 종부세 완화 필요성을 이해는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데, 종부세는 그들에게 이념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잠식하는 종부세 부담

문제는 종부세가 ‘국민 세금’이 되면서 그 납부자의 범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것이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도시 중산층이라는 점이다. 성 의장은 “종부세 납부자가 집 가진 국민의 8%로 늘어나면서 서울 바깥 야당 표밭에서도 종부세 납부자가 급증하면서 민주당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지난 5년간 종부세 부담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서울 강남이 아니라 민주당의 아성인 광주광역시였다. 종부세의 적용 대상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민주당은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 민주당은 부자와 빈자를 갈라쳐서 쉽게 표를 얻던 과거의 성공 공식이 이제는 먹히지 않고 그런 정책적 방향성이 자신들의 이익 및 국가 전체적으로도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종부세는 이제 국민세”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건 여권이 그만큼 종부세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변화 없이 지금의 스탠스가 유지된다면 적어도 ‘세금 전쟁’에서는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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