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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초강경 대응한 것을 두고 정부·여당과 노조와의 전면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민주노총과 관련된 윤 대통령에 대한 퇴진 시위가 이어지자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파업을 사전에 강경 대응해 더 큰 정권 퇴진 저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용산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를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이후 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노조 문화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며 강경 대응의 뜻을 거듭 밝혔다.
윤석열이 강경 대응하는 3가지 이유
윤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선택한 이유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언급된다. 첫째, 여론의 지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4~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인식에 있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5%인데 비해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또한 노조의 파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2%로 긍정적이라는 14% 응답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노조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는 국민들의 전반적 인식이 좋지 않은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이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결집 및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상승과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로는 정권 퇴진 운동에 대한 방어 절차 차원을 들 수 있다. 최근 민주노총이 주말마다 대규모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여는데 ‘민주노총 산하’의 화물연대의 파업을 용납했다가는 윤석열 정부가 더 큰 정권 퇴진 운동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정된 노조의 강력한 투쟁에 밀릴 수 없기에 지금부터 바짝 긴장한 상태로 대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가치관 차원을 들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파업을 예고한 철도노조에 대해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피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노총을 두고 “정치 권력과 유착된 강성 귀족 노조”라는 표현을 했을 정도다. 국정 과제로 삼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에 있어 소위 ‘귀족 노조’가 최대 장애물이고 이를 혁파해야만 노동시장의 현실이 개선된다고 윤 대통령 자신이 굳게 믿고 있다는 뜻이다.
尹, 마거릿 대처의 길 걷나
이러한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과 개인의 소신은 장장 1년여간 파업을 지속한 영국 탄광노조와의 전면전에서 승리한 과거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영국의 탄광노조는 매우 강력했다. 탄광노조가 세 번의 파업을 통해 노동당 정부를 무너뜨린 적도 있었을 정도다. 민주노총의 세력이 투입돼 그 부피가 커진 촛불집회가 박근혜 정부의 탄핵을 이끌어낸 것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대처 수상은 탄광노조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치밀한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관계법 개정, 석탄을 미리 비축하는 등 인프라 차원의 대비, 공기업 사장 인선에 있어 반노조 성향의 인사를 앉혔던 것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탄광노조의 리더 아서 스카길이 콘크리트 더미를 차량 위에 던지는 등의 폭력 시위를 일삼는 것에 무자비하게 엄정 대응하며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윤 대통령도 대처와 유사한 행보를 걷고 있다. 먼저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며, 공정위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물연대의 부당한 공동행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 거부(파업 동참)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것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해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노조 문제에 있어 신념을 갖고 오랜 기간 준비해 왔거나 학술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발탁하는 것도 윤 대통령의 전략이다. 논란이 있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 노동운동 측면에 있어 잔뼈가 굵은 김문수 위원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오래전부터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조의 불법 파업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개선 필요성을 주장해온 김태기 전 단국대 교수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장관급)에 임명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노동경제학자로, 노사 분쟁 조정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사관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념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기용해 노조 문제를 제대로 풀어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복안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대처 수상은 탄광노조의 리더 아서 스카길의 독단과 법적 절차 위반, 사람이 사망한 폭력 시위 감행 등 여러 실책이 있었기에 탄광노조를 완전히 제압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금의 화물연대와 철도노조 또한 비조합원을 집단 폭행하거나 물병과 쇠구슬을 던져 운전자를 다치게 하는 등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노조의 이러한 불법행위를 엄단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얻어낸다면 취임 후 줄곧 낮은 지지율을 보이다 최근 상승세를 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이 실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민노총 노동자들 대부분 소득 상위 10% 기득권층”이라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외침은 다소 고루하다. 그러나 "노조가 곧 기득권"이라는 프레임은 여론전에 있어 유리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에는 좋은 카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