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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대해 근로 시간을 준수하면서도 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폭넓은 유연근로시간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제 개선' 및 '임금체계 개편'안을 통해 주 52시간제도의 문제점을 일부 개선하려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사 협력을 통한 상생 노동시장 구축안'을 내놨다. 모두 지난 문재인 정권하에 입안된 주 52시간제도에 대한 현장의 불만 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지난 30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원장 오동윤)이 발표한 ‘스타트업 유연시간근로제 개선 방안’ 보고서(황경진 연구위원, 채희태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스타트업에 대해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도가 현장에서 큰 불만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첨단기술업종, 고기술업종 등에서는 장기간, 장시간 근무가 필수불가결한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유연근무시간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기간 연장 등 보완책 마련
황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기간 연장, 재량근로시간제의 확대, 사업장 밖 간주근로제도의 개선을 보완책으로 내놨다.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최대 3개월간 평균 근무시간이 주 52시간 미만이어야 한다는 현재의 방침이 지나치게 축소되어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은 17주로 기간이 정해져있고 그마저도 일부 산업에 국한되어 있다. 아직 노동생산성이 영국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한국이 17주도 아니고 3개월로 정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재량근로시간제의 경우 사업주와 근로자 대표 간의 서면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스타트업의 경우 근로자 대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령 있다고 해도 서면 합의 자체가 노조가 탄탄하게 작동하는 제조업의 그것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R&D 및 분석 업무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모호한 지침에 대해 현장에서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일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도의 경우 영업직, 출장 등의 업무를 하는 근로 인력에 대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제도지만, 주 52시간 제도에 발목이 묶일 경우 자칫 외부 근로 인력들을 개인사업자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근로 시스템이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사례 참고해야
황 연구위원은 제도 개선을 위해 미국의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 영국의 '주48시간 옵팅아웃'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미국의 ‘화이트칼라이그젬션’은 일정 소득 이상의 관리․행정․전문직 근로자 등에 대해 법률상 근로시간 규정 적용 자체를 배제하여 최저임금 및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제도다. 연간 총소득액 107,432달러 이상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며 현재 환율로 약 1억4천만원의 고연봉 업무에 해당한다.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도 전체적인 구조는 유사하다. 연간 수입이 1,075만 엔(한화 약 1억원) 이상인 근로자 중 금융 전문가 및 경영컨설턴트 등 업계 평균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부가가치 산업 기관에 재직하는 근로자들에 예외를 뒀다. 금융업계와 경영컨설팅 업계는 일반적으로 주당 70시간을 넘어 100시간을 근무하는 일이 자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주48시간 옵팅아웃' 제도는 17주 평균 주당 48시간 제도로 평균 근로시간 산정 방식을 변경하면서 기업들에게 자율권을 줬다. 현재의 국내 유연근로시간제와 가장 유사한 방식이나, 이마저도 일률적인 적용이 아니라 고기술 산업군 일부에만 해당되고 근로자가 선택(Opting out)할 수 있는 범위를 열어줘 기업 사정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
주 52시간 '사실상 정책 실패', 일부 개선 아닌 전면 철폐 고려해야
일각에서는 주 52시간 제도를 두고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일부 개선을 위해 덧대기를 하려다 전체 정책 방향이 망가지면서 동시에 산업계에도 피해를 끼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현재의 유연근로시간제도도 사실상 임시방편이라고 꼬집었다.
한 첨단기술개발 관계자는 "실제로 기술 개발의 핵심 인력은 팀 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2-3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며 "그들 인력에게 주 52시간을 강제하거나 3개월 단위로 주 52시간을 분배하도록 하면 되려 기술개발 기간만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사 컨설팅 업무를 장기간 맡아온 한 컨설턴트는 "1명에게 6개월 주면 나올 결과물을 3명에게 1년을 줘도 못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컨설팅 업계 진입 시점부터 주 100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를 따져서 채용을 진행한다"고 답변했다. 제조업 분야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는 지난 정부의 정책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첨단기술업계 전체가 악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 "3개월 분배 시스템이 영국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영국만큼 효율적으로 업무가 이뤄질 수 있는 고역량 인력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라며 "국내 타 업계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일부 수정이라도 해가며 굳이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