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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부터 유튜브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의 학점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애리조나 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 이하 ASU)는 최근 유튜브 온라인 학점 취득 프로그램 'College Foundations'를 제공하기 위해 유튜브 교육 채널 '크래쉬 코스(Crash Course)'와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ASU와 크래쉬 코스, 유튜브가 대학 학업을 고민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공 중인 유튜브 교육 영상 Study Hall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크래쉬 코스는 2011년 만들어진 유튜브 교육 채널로, AI부터 동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육 영상을 제공한다. 현재 구독자 수 1,440만명, 누적 조회수 약 17.6억건을 기록하고 있다. 크래쉬 코스의 설립자 중 하나인 Hank Green은 이번 제휴 소식을 알리며 "크래쉬 코스와 ASU는 온라인 글로벌 커뮤니티를 위한 고품질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번 제휴를 통해 대학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돼 기쁘다"라고 전했다.
College Foundations 프로그램은 7주 동안 진행되는데, 영작문(English Composition)·대학수학(College Math)·미국 역사(U.S. History)·휴먼 커뮤니케이션(Human Communication)의 네 가지 과정이 우선 제공된다. Study Hall은 2025년 1월까지 대학 1학년 전체 과정에 해당하는 총 12가지 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교육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정식으로 학점 취득을 하기 위해서는 25달러를 내고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학점 취득 자격을 얻었을 때 400달러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데, 프로그램 시작일인 올해 3월 7일 전에 등록한다면 과목당 50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다. 각 과정은 한 번 이상 수강 가능하며, 학점 취득에 실패했다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취득한 학점은 ASU의 학점을 인정하는 기관에서 쓸 수 있고, 이미 ASU에 등록한 학생은 이 프로그램으로 학점을 취득할 수 없다.
시·공간 제약 없는 온라인대학 무크
College Foundations과 같이 온라인과 대학 강의를 접목한 공개 수업 프로그램을 개방형 온라인대학, 즉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라 부른다. 무크는 2011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뒤 전세계로 확산됐는데,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초기에는 오프라인 강의 녹화 영상을 제공하는 데 그쳤지만, 현재는 실제 대학 수업처럼 토론·과제 제출 등까지 진행하는, 양방향 학습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했다.
현재 '코세라(Coursera)' 와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들이 미국 유명 대학의 강의와 기업의 자체 교육 콘텐츠 등을 제공 중이며, 영국·프랑스·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무크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형 무크 플랫폼 'K-MOOC'가 존재하는데, 서울대·KAIST 등 국내 유명 대학의 다양한 강좌가 개설돼 있다.
실제 학위 취득은 불가능, 기초 과정만 제공된다
그러나 유튜브로 실제 대학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College Foundations 프로그램이 대학 1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기초적인 수업만 제공하고 있고, 향후 추가될 수업도 동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의 경우 이미 고급 과정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대학의 학·석사 학위 과정까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무크를 통해 학위를 취득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College Foundations 프로그램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학점 취득은 학위 취득을 위한 발판인 만큼, 결국 이 프로그램은 ASU나 ASU의 학점을 인정해 주는 대학으로의 진학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홍보 수단이라 볼 수 있다.
유튜브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비디오 플랫폼이다. 비록 이번에 발표된 College Foundations 프로그램에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다양한 교육 기관들이 꾸준히 유튜브에 진출해 보다 심화된 교육 과정을 개설한다면 언젠가는 정말 유튜브로 학위를 취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더 많은 이들이 시·공간적 제약 없이 손쉽게 고등 교육을 받을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