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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확산에 뜨는 폐기물 관련 스타트업, '업박스' 운영사 리코 145억원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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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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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업박스

25일 폐기물 수집·운반 서비스 '업박스(UpBox)' 운영사 리코가 145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기존 투자자인 GS, 인비저닝파트너스가 후속 투자자로 참여하고, CAC파트너스와 IBK기업은행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이로써 누적투자 유치 금액은 300억원을 넘었다.

리코는 2020년 업박스 서비스를 정식 론칭한 후,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해오며 고객군과 폐기물 종류 확장에 성공해,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업박스는 사업장 전용 폐기물 관리 서비스로 가정에서 흔히 하는 분리배출이 사업장에서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장별 폐기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원 회수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다. 현재 업박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는 약 3,000개로, 신규 투자유치금은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 최적의 폐기물 자원순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폐기물 관리 소프트웨어 '업박스 클라우드'도 강화한다. 고객 전용 소프트웨어였던 업박스 클라우드를 배출자, 운반자, 처리자 등 폐기물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순환자원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투자를 GS와 공동 리드한 CAC파트너스 관계자는 "기존 폐기물 수집 운반 및 처리 비즈니스는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 배출-수집 운반-처리로의 유기적 연결이 어려웠다"라며 "업박스 솔루션을 통해 고객사와의 온오프라인 협력체계가 구축될 뿐만 아니라, 최적의 처리 솔루션을 제공해 사회적 폐기물 처리 효율 증진이라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김근호 리코 대표는 "서비스 론칭 3년 만에 단일 폐기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3,000개의 기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와 기업의 자원순환 수요의 빠른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라며 "리코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더욱 완성된 서비스로 순환 경제·사회로의 전환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폐기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업박스'

소비 물류의 성장과 함께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투명한 폐기물 관리와 자원 순환 니즈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폐기물 시장은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부재로 강화되는 규제에 준하는 체계적인 폐기물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리코는 이러한 폐기물 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업박스를 선보이며, 폐기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업박스는 사업장의 배출 환경 조성부터 운반, 데이터 관리까지 전반의 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기업형 폐기물 수집·운반 토탈 서비스다. 업박스는 폐기물 수집·운반 전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제공한다. 자체 개발한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통해 고객들은 배출한 폐기물량, 재활용량, 이를 통한 환경 영향 등을 업박스 클라우드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은 이를 통해 매일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를 통해 배출되는 폐기물량을 체계적으로 줄이고,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자원화하는 등 종합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쓰레기 처리 시장의 비합리성 개선한다

일반적인 쓰레기 처리 과정을 보면, 업체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면 운반업체가 이를 수거해 처리장으로 옮기고,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 재활용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나눈 후 재활용 작업을 한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이 작업 과정에서 리코는 비합리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식당 입장에선 폐기물을 배출한 만큼, 그 양에 따라 수거 업체에 비용을 지불한다. 그런데 기존의 수거 시스템에서는 제각각의 수거통을 사용해 정량 체크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모든 내용이 수기로만 기록되어, 배출자가 지난 관리 이력을 찾아보기 어려워 겪는 불편함도 있었다. 단순히 수거에서만 끝나기 때문에 용기 세척이나 주변 환경 관리를 요청하기 어렵고, 폐기물 처리가 적법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식당 입장에선 신뢰할 만한 폐기물 수거업체와 처리업체를 구분하기도 어렵다는 문제도 갖고 있었다.

리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박스라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업박스를 통해 정확한 배출량 확인 불가능, 폐기물 배출량의 수기 관리, 용기 미세척, 적법 처리 관리의 어려움 등을 해결코자 했다. 리코는 수거통의 규격화된 크기를 만들어 얼마나 배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수거통의 뚜껑을 열면 눈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신뢰를 얻는 것이다. 처리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수기 기록에서 벗어나, 디지털 앱을 통해 식당과 수거 기사가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수거된 용기의 세척 문제에 대해서는 곧바로 세척해 청결을 유지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지털 앱이 있으니 식당은 배출한 폐기물의 처리를 알 수 있어 불법 배출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중개 플랫폼을 통해 수거 업체를 추천받을 수도 있게 만들었다.

리코의 디지털 서비스 덕에 수거 기사 입장에선, 쓰레기를  빼먹고 수거하지 않는 일이 줄었고, 식당 입장에선 실시간 문제 상황을 리포트 할 수 있어 빨리 대안을 도출할 수 있게 됐다. 화면 터치로 숫자만 기록하면 데이터가 정렬되기 때문에 매일 수기 일지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기도 했다.

폐기물 처리 시장의 현주소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하루에 얼마나 될까.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폐기물 배출량은 22억4,000만톤이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폐기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느냐도 중요한 점으로 꼽히면서, 혁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폐기물 처리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각종 폐기물을 △수집·운반 △재활용 △소각 △매립하는 산업을 뜻한다. 국내 폐기물 처리 산업은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자동화, 첨단화에 뒤처져 있었다. 민간 주도로 성장한 이들 선진국 폐기물 처리 산업과 달리 한국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업체는 폐기물 처리 과정을 제대로 추적하지 않거나 데이터 집계에 소홀하다. 이 때문에 불법 폐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혁신 기술을 활용한 폐기물 처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리코의 업박스가 대표적이며, 이외에도 어글리랩의 폐기물 수거 서비스 '오늘 수거'도 있다. 오늘 수거 서비스는 세척이나 분리가 어려운 배달 음식 쓰레기부터 재활용 쓰레기까지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웰컴키트에 담아 문 앞에 두면, 어글리랩에서 일괄 수거 처리해준다. 오이스터에이블의 '오늘의 분리수거' 서비스는 지정 배출함에 페트병, 캔, 우유 팩 등을 분리 배출하면 1개당 일정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지급된 포인트가 쌓이면 자체 플랫폼인 '오 분 쇼핑'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폐기물 처리 시장의 디지털 전환 도전에 벤처캐피털(VC)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VC 업계 내 강화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움직임은 폐기물 처리 산업에 대한 관심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지난해 중기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KVIC)는 벤처투자 시장에 적용할 ESG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이슈로 환경 문제가 부각되고, 국내 VC 업계에서도 폐기물 처리 시장에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리코의 이번 투자 유치 이후 사업 고도화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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