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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여의도에 전당대회 시즌이 돌아왔다. 김기현 의원이 9일 캠프 개소식을 연 데 이어,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의 개소식 및 안 의원의 기자회견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이준석 전 대표의 선거전략 차원 및 코로나 여파로 인해 전반적인 캠프들의 인원이 상당히 축소된 채 진행됐던 2021년의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때와는 다소 대조되는 풍경이다.
김기현 의원의 ‘이기는 캠프’ 개소식의 경우, 수많은 지지자들과 기자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전해진다. 안 의원의 출마 선언장보다 김 의원의 개소식에 더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는 전언이다. 다만 여러 방면의 선거 도우미들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쪽에 많이 모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야말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대규모 조직이 부딪혔던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별들의 전쟁인 셈이다.
이준석이 꽤 바꿔놨지만, 여전한 돈 선거 관행
문제는 이번 전당대회가 과거의 당권 선거들처럼 돈과 조직, 오더가 지배하는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준석 전 대표가 단돈 3,000만 원을 들여 조직과 캠프 없이 치른 지난 전당대회만 해도, 선거사무원들에게 암암리에게 현금을 일부 지급하던 관행이 많이 사라졌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처럼 ‘당원투표 100%’라는 룰 하에서 조직과 세 대결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돈이 왔다 갔다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실 일정 부분의 현금성 보수를 지급해야만 능력 있고 쓸모 있는 청년 인력을 고용할 수 있기에 돈을 쓰는 것은 선거판의 필요악으로 통한다.
실제로 몇 년 전 치러졌던 전당대회 당시 선거캠프의 팀장급으로 일했던 A씨의 경우, 매달 200여만 원의 현금성 보수를 캠프 소속이자 전직 정치권 실세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B씨에게 받았다고 전한다. 더 이전 전당대회에서 특보급으로 다른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C씨는 해당 당권 후보의 지지자인 종교인 D씨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한 달에 300여 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전했다. 후보 본인이 돈을 쓰지 않더라도 지지자나 후원자들로 하여금 청년 선거 스태프들에게 알음알음 현금성 보수를 지불하는 것이 여의도의 관행인 셈이다.
사실상 불법이지만,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선거를 순수 '열정 페이'로 굴려야 하는데 그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는 다소 열세 캠프일수록 캠프 스탭들에게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유는 선거 승리 시 나눠줄 전리품에 대한 기대가 낮기에 그 대신 보수를 많이 지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 스탭으로 뛰는 청년들의 시간과 노동력 그리고 결과물들을 무급으로 쓰는 것도 도덕적 비난 대상이 될 수 있어 이러한 관행은 여야를 불문하고 알음알음 그냥 용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성 있는 정식 당직자 출신 선거스탭, 알고보니 정당법의 희생자?
의외이지만 선거 스태프로 뛰는 사람들의 출신성분은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은 소위 ‘여의도 2시 청년’이라고 불리는 정치 지망생들이 선거스태프의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정당의 공채 당직자 출신이거나 정식 국회의원실 보좌진 출신들도 전당대회 시즌이 되면 선거 스태프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당권 후보와 친분이 있는 의원실의 전직 보좌진들이 캠프 일을 돕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전직 당직자 경력을 거친 사람들도 캠프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 보좌진들이야 비정규직이기에 일시 퇴직을 하고 캠프에서 활동하는 게 어색하지 않지만, 정식 정규직 신분이었던 당직자들은 왜 선거캠프에서 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 비밀은 대한민국 정당법 제30조에 있다. 정당법 제30조는 “당에 둘 수 있는 유급사무직원은 중앙당에는 100명을 초과할 수 없다“며 유급사무직원의 수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거대 중앙당은 매번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의 인사 적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사실상 거대 정당을 100명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거대 정당들은 매번 정규직 당직자들을 의원실 보좌진으로 이직시키거나, 당 산하의 연구소로 내려보내는 일종의 편법을 쓴다. 이유는 중앙당 산하 별도법인으로 설립된 정당법 제28조에 따른 정책연구소의 연구원에는 정당법 제30조 4항에 따라 유급사무직원 인원수 제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 교섭단체 정당 정책연구소의 지출 내역상, 정책연구에 지출하는 돈은 국고보조금 전체의 1/6에 불과했는데 이는 중앙당에서 옮겨온 당직자들을 고용하는데 보조금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 신분에서 밀려나 연구소의 연구원이나 의원실 보좌진으로 신분이 변경되면, 고용보장이 이뤄지지 않게 되는데 그래서 많은 당직자들은 소속변경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경험이 많지만 공채 출신은 아닌 전직 당직자 E씨는 이러한 당직자들의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현상에 대해 ”나쁘지만은 않다. 선거 사무에 대해 제대로 훈련된 당직자들이 필드로 풀려나와서 일을 하는 경우 업무 성과는 보장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경력과 보수 차원다. 정식 정당의 유급사무직원으로 고용돼 있을 경우 경력이 인정되고 타 기업체나 언론사 등으로의 이직이 가능하지만, 일단 경력상으로 ’무직‘인 선거사무원이 될 경우 여러 가지 불리함이 많기 때문이다.
즉 당내 선거 및 선거사무원 활동을 정식 경력으로 산입해주는 제도상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된다면 선거 스탭들에게 지불하는 보수 역시 암암리에 전달되는 방식이 아니라 정식의 보수 형태가 될 것이고, 선거 문화도 많이 깨끗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한데,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던져 선거법 개정을 타진한 이번 기회에 여러 선거 관련 규정들을 손 보면 된다. 선거공영제보다는 시장원리에 맞는 ’선거 민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