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한국은행이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 등의 기기를 통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연구를 지속하고 오프라인 결제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보유한 보안 기술력이 디지털화폐 분야에 적용되는 것을 두고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지난해 중앙은행 최초로 CBDC 기술 개발에 성공

삼성전자와 한국은행은 15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오프라인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기술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한국은행 이승헌 부총재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최원준 부사장이 참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진행한 'CBDC 모의실험 연구'의 2단계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송금인과 수취인의 거래 기기가 모두 인터넷 통신망에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통해 기기 간 송금과 결제가 가능케 하는 오프라인CBDC 기술을 개발했다.

송금과 결제는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보안 칩셋(eSE)내에서 이뤄진다. 양사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워치 등을 활용해 오프라인 결제 시 우려되는 보안위협을 최소화하고,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재난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결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한다. 나아가 이번 연구 협력 결과를 토대로 국제사회의 CBDC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보안성 자랑하는 보안 칩셋(eSE)

삼성 eSIM 및 eSE는 20년 이상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보안칩이다. 보안 국제 공통 평가 기준 CC에서 EAL 6+ 등급의 하드웨어 인증을 획득했다. eSE는 최신 디지털 인증 및 암호화 표준을 지원한다. 강력한 암호화 시스템을 통해 변조 방지 기능을 제공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아울러 이 보안칩이 내장된 기기에는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솔루션인 PUF(물리적 복제 방지 기술)도 지원됨에 따라 어떠한 해킹 공격에도 기기 내 민감한 데이터 보호가 가능하다. 또 차세대 생체 인식 기반 사용자 인증 기술인 FIDO(Fast Identity Online)를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지문이나 안면 인식 등 디지털 신분 인증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원천 기술 상용화에 특화된 '삼성전자'

사실 eSE의 기술 원천은 삼성전자가 아닌 독일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다. 과거 인피니언으로부터 보안 기술을 제공받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를 포함한 모든 기기의 보안 솔루션에 이 기술을 적용해 왔다.

최근 출시한 ‘생체인증카드’용 솔루션을 원칩(One-Chip)화한 지문 인증 IC도 해외 원천 기술을 국내 기술과 접목해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생체인증카드에는 eSE 보안칩과 함께 지문 센서, 보안 프로세서를 하나의 칩에 통합했다. 이 카드는 사용자의 지문 정보를 읽고, 인증할 수 있는 IC가 내장되어 있다. 지문 센서에 손가락을 올린 상태에서 카드를 단말기에 삽입하거나 터치하면 결제가 진행되는 만큼 사용 편의성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eSE 보안칩의 뛰어난 보안력을 인정받아 ‘CES 2023’ 사이버 보안 및 개인 정보 보호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원천 기술 시장에선 후발 주자지만, 새로운 기술을 국내 기술과 접목해 상용화하는 데 특화된 기업이다. 업계가 이번 한은과의 협력이 단순한 연구개발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양사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오프라인 CBDC 기술 분야의 선도가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