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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 주요 외교가 관계자들을 인용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의 열쇠로 중국 시진핑 주석의 개입을 꼽았다.
WSJ는 서방 국가들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중재할 수만 있다면 전쟁 종결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사실상 서방 지원의 중단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 중단의 의지가 약해 실제로 시진핑 주석의 중재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서방 국가들, 우크라이나 지원에 현실적인 한계
WSJ에 따르면 다수 서방 국가들이 이미 올해 초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 지원에 한계를 표현하고 있는 가운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일로 초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쟁 지원 한계에 직면한 만큼, 슐츠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나서도록 종용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액은 약 2,000억 달러에 달한다. 독일은 약 1,700억 달러, 그 밖의 서구 국가들도 약 800억 달러에 달하는 군사적, 비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외교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유럽 국가들의 무기 지원이 한계에 다다른 탓에 올 초부터 미국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간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에게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조건으로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탄약 공급이 중요한 문제로, 우크라이나를 과도하게 지원하면서 자체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현실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반면 러시아가 종전 협상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설명한다. 러시아는 시간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브릴 헤인즈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4일 미 의회에 출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에 거의 관심이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의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협상을 통한 중단’에 동의한다면 그의 목표는 미래의 공세를 위해 러시아 군대를 재건할 시간을 버는 것”이라며 협상이 서방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의 역할론 대두
서방 지원 한계론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종전 협상 참여 의지가 희박하자, 서방에서는 중국의 참여를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미국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이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공개 석상에서 펴기도 했다. 한 국제정치 포럼에서 중국의 중재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며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할 준비가 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있다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류에 어려움을 겪거나 탈(脫)달러 현상 등으로 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동 국가들도 전쟁 종결에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란은 러시아와 중국을 새로운 우방 국가로 맞이하면서 이번 전쟁에서 최고의 수혜국 중 한 곳이 됐다.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폭등을 이유로 결제 화폐를 자국 화폐인 디나르로 하겠다는 강경한 주장을 거래 상대국들이 받아들이게 했고, 덕분에 달러화 환전 비용이 크게 감소해 수익성이 강화됐다. 또한 중국이 위안화로 타국과 거래를 이어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란도 위안화 결제를 받아들이며 중동 지역의 최대 우방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중국을 통해 달러화 결제 시스템에서 쫓겨난 부분에 대한 보전이 이뤄진 상태다.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지난달 26일 러·중 교역에 루블화와 위안화 거래 비중이 70%를 넘었고, 러시아 전체 거래에서도 50%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란, 인도, 브라질 등 주요 교역국과의 거래에서도 위안화로 결제 화폐를 바꾼 상황이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에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종전 협상에 무기 지원이 하나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하기도 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 결국은 협상 지렛대 태워버렸다?
외교가 관계자들은 중국의 중재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의지가 종전의 열쇠라고 설명한다. 서방의 군사 지원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 수행을 강행하기 어려운 만큼,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전쟁을 그만둘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서방이 러시아에 1년간 경제 제재를 지속한 탓에 결국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수단을 잃어버렸다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오기 위해 중국이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미국의 은행권 위기 및 서유럽 국가들의 탄약 소진, NATO와 러시아의 관계 악화 등 서방이 사실상 이번 전쟁에서 얻은 것 없이 중국-러시아의 결속만 강화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분석을 제기한다. 중국이 협상을 이끄는 조건으로 미국과 서방에 추가적인 지원을 요구할 경우 거절할 수 있는 명분과 수단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착상태를 급진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도 내놓는다.
다만 러시아 내부에서도 종전 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도 전쟁을 더 이상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30만 명에 달하는 징집병이 전쟁터에 투입된 데다, 양국 합계 약 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러시아도 국내 여론이 더 나빠지기 전에 유리한 조건으로 휴전이 가능한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칫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 배치 등으로 국지전이 전체로 확대되기 전에 종전 협상에 나서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