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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간) 미국 4월 소비자 물가지수 인상률이 지난달 대비 4.9%로 나타났다. 예측치였던 5.0%보다 0.1%p 낮은 수치다.
지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데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다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여전히 1월부터 5.5% 선에 머물러 있어 향후 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7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비농업고용은 전월 대비 25만3천명이 증가해 여전히 노동시장이 활발하게 채용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플레이션은 안정화 추세, 올 하반기 3%대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긴축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기대했던 것보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은 느리다는 분석이다. 월가 전문 금융투자기관 LPL 파이낸셜의 퀸지 크로비 글로벌 전략가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8월부터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는 점과 지난달과 큰 차이 없는 물가 상승률 등을 지적하며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늦다는 점을 지적했다.
합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는 지난달 대비 0.4%p 상승해 전년 대비 5.5% 인상폭을 유지했다. 특히 전년 대비 인상폭은 지난해 12월부터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고 있어 물가상승세가 완전히 잡혔다고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전체 물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용(Shelter cost) 지수도 꾸준히 상승세다. 전월 대비 0.4% 인상폭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는 8.1%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에너지, 주거 비용을 제외한 '초근원 물가(Super core inflation)'도 전월 대비 0.4% 상승해 1년 전 대비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7월 금리 인하 조심스레 점쳐, 9월에는 0.5%p 인하 기대도
반면 초근원 물가가 3%대를 유지하면서 원자재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이 다른 상품으로 반영되는 사이클이 끝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노동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에 따르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로 작년 대비 0.5%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자율은 인상됐지만 물가도 동반상승하면서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인 부분도 함께 언급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 Watch)에서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되고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21.2%에서 5.0%로 낮췄다. (한국시간 5월 11일 10시 기준) 이어 7월에는 0.25%p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는 비중이 38.1%로 증가했고, 9월에는 0.5%p 인하를 예측하는 비중이 17.6%에서 25.2%로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각종 지표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 정책 시차를 감안해 늦어도 9월부터는 금리 인하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 서부의 주요 지역 은행들이 연쇄 파산에 들어가면서 물가상승세가 주춤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은행 위기가 확산될 경우 인플레이션 이외에 다른 정책 비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과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해 당장 6월부터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겠지만 7월 이후로 금리 인하를 늦출 경우 자칫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질금리 플러스(+) 시대 시작
시장에서는 지난 3일(현지 시간)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0.25%p 더 인상한 데다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9%로 나타나면서 실질금리(명목금리와 명목물가상승률 차이)가 플러스(+) 됐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됐지만 물가 상승은 2021년 4월부터 본격화되었던 탓에 2년간 실질금리가 줄곧 마이너스(-)였었던 것이 미국 고용시장 활황의 주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 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금융비용에 대한 압박이 심한 기업들은 단계적으로 고용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 시장에 경기침체가 올 수 있는 가능성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