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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뺨 맞은 틱톡, 동남아시아 시장 '틱톡샵'으로 활로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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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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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틱톡

그동안 미국과 유럽, 인도 등에서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 숏폼(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5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자카르타에서 열린 '틱톡 동남아시아 임팩트 포럼(TikToK Southeast Asia IMPACT Forum)'에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서구 시장의 '규제 드라이브'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불었던 틱톡 열풍이 점차 사그라지는 가운데, 틱톡은 '틱톡숍'을 필두로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직 국내에서 틱톡 규제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동남아 틱톡숍 활성화가 우리나라 기업의 새로운 수출로 확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틱톡, 인도네시아에 100억 달러 투자

틱톡의 최고경영자(CEO)인 쇼우 지 츄는 지난 1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포럼에 직접 참석해 인도네시아에 향후 5년간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시장의 틱톡 규제가 본격화하자 활로를 찾아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그간 미국 정부는 틱톡이 중국 공안에 자국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으며, 미국 의회는 틱톡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명분하에 금지법 제정에 착수했다.

바이트댄스의 기업공개(IPO)가 2년 내로 예정돼 있다는 점도 동남아시아 시장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앞둔 시점에 세계 각국에서 '규제 리스크'가 터진 만큼, 기업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전망이 밝은 동남아시아 시장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약 7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대규모 시장인 데다, 틱톡의 주요 타깃층인 1020 세대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틱톡은 동남아시아의 이커머스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특정 브랜드와 틱톡 내 유명인(인플루언서)을 연결해 제품을 홍보·판매하고 수수료를 취득하는 앱 내 이커머스 틱톡샵 인도네시아 매출은 올해 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매출의 두 배 수준으로, 올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예상 매출은 15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로 추산된다.

동남아시아 '틱톡 열풍' 주춤한다?

동남아시아 트렌드를 주도하는 1020 세대는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며, SNS를 '놀이터'처럼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반으로 유저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챌린지'로 무장한 틱톡은 자신을 뽐내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 세대에게 적합한 플랫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중국 정부와 연계된 개인정보 수집 의혹을 제기하며 틱톡에 본격적인 규제 드라이브를 걸자, 동남아시아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베트남 정보부는 지난 4월 “틱톡에 과도한 폭력성 영상이나 허위, 미신적인 정보와 같은 유해한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며 이에 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앞서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에도 규제를 가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1월 틱톡의 ‘온라인 구걸’이 확산하면서 본격적으로 틱톡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겨났다. 틱톡은 구독자 수가 1,000명 이상인 계정에 한해 라이브 동영상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의 가난한 노인들이 해당 기능을 활용, 거리에서 구걸하는 대신 틱톡에서 구걸해 기부를 받는 사례가 증가했다.

문제는 해당 기능을 악용한 일부 집단이 취약계층을 강제로 착취해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에 트리 리스마하리니(Tri Rismaharini) 사회부 장관은 어린아이나 노인을 이용한 SNS 구걸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시행령을 발행, 본격적인 틱톡 규제에 착수했다.

진흙탕 속에 들어가 기부를 호소하는 인도네시아 노인의 모습/사진=틱톡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수출 활로'

틱톡의 입지가 중화권 중심으로 점차 좁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틱톡에 대한 규제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커머스를 필두로 한 틱톡의 동남아시아 공략을 활용, 동남아의 틱톡숍을 새로운 수출 창구로 활용할 여지가 열려 있는 셈이다. 실제 틱톡샵은 틱톡 사용자와 탄탄한 커뮤니티를 형성한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운영되며, 소비자 구매전환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1.9억 명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틱톡 사용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다.

특히 K-뷰티 업계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중국을 대체할 수출 다변화 지역으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실제 2022년도 국내 화장품 수출 20위권에 △베트남(5위) △태국(8위) △말레이시아(9위) △싱가포르(10위) △필리핀(12위) △인도네시아(15위) △미얀마(20위) 등 동남아시아 국가 다수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비롯한 주요 화장품 기업이 동남아시아 틱톡샵에 입점 상담을 진행 중이며, 30여 개 브랜드를 1차 입점 및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에 대한 글로벌 규제는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을 서구권 국가를 중심으로 꾸준히 심화하고 있다. 틱톡의 '활로 찾기' 전략은 우리나라 기업에 '어부지리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선제적으로 전략을 수립해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시장 입지를 다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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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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