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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불법 콘텐츠 스트리밍 사이트 등 저작권 '해적질'이 콘텐츠 업계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고 있다. ‘누누티비’ 저작재산권 침해 사건은 단 7개월 만에 OTT 업계에 4조9,000억원의 손해를 입혔으며,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로 인해 웹툰 시장이 입은 피해는 연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누누티비와 밤토끼 등 대표적인 불법 사이트는 논란 끝에 폐쇄됐지만, 여전히 유사한 형태의 불법 사이트가 우후죽순 개설되는 등 근본적인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고, 손해를 입은 저작권자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징벌적 손해배상' 명시한 저작권법 개정안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저작재산권자는 민사상 손해배상 제도를 활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콘텐츠 '해적질'로 인한 피해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저작권법의 경우 상표법, 특허법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유의미한 배상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 영미권의 대표적 손해배상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손해액에 대한 피해배상만을 요구하는 '전보적 손해배상' 제도와 달리, ‘고의 또는 그것에 가까운 악의’가 있는 가해자에게 손해액과 무관한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3선)은 지난 17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의 규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 방안을 법률에 명시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고의적 특허 침해에 대해 최대 3배의 한도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특허법의 ‘배수배상제도’를 참조했으며, 영리 목적으로 고의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자에 대해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외의 징벌적 손해배상 사례
1973년 최초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판례법으로 △고의불법행위 △보험업자의 불성실 행위 △불공정거래행위 △직업적 배임행위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제조물 책임 등의 영역에서 고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고 있다. 실제 다국적 회계 감사기업인 PwC가 발표한 특허소송연구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발생한 미국의 특허소송 중 54%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있었다. 배상증액은 평균 2.1배 수준이었다.
모조품 유통으로 인한 분쟁이 잦은 중국도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 중 △민법전 △상표법 △반부정당경쟁법 △종자법 등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도입했다. 해당 법안에 따라 악의적 침해가 인정되고 침해 규모 및 상황이 엄중한 경우에 한해 1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증액이 적용될 수 있다.
일례로 2012년 설립된 중국 선전샤오미는 2010년 설립된 샤오미테크놀로지의 상표를 침해, 티몰(天猫) 플랫폼에 점포를 설립한 뒤 100개 이상의 상품 판매 페이지에 '샤오미 디지털 전문점', '샤오미 전문점', '샤오미'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샤오미테크놀로지는 이 같은 선전샤오미의 행위가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에서는 △선전샤오미가 고의로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점 △권리침해행위의 시간이 길고 범위가 넓다는 점 △권리 침해로 얻은 이익이 막대하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이에 법원은 상술한 요소를 종합해 3배의 징벌성 배상을 적용하기로 확정, 상표권리침해 배상액을 3,740만 위안(약 66억1,120만원)으로 산정했다.
특허권·영업비밀 넘어 콘텐츠 업계까지?
국내의 지식재산권 보장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2021년 특허권, 영업비밀 영역에 한해 도입된 바 있다. 당시 특허법 제128조 제8항은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행위가 고의적인 경우 인정된 손해의 3배까지 배상액이 확장될 수 있도록 영업비밀보호법 제14조의2 제6항은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경우 인정된 손해의 3배까지 배상액이 확장될 수 있도록 각각 개정됐다.
특허법과 영업비밀보호법 개정은 '기술 유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한다. 법원은 당사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있는 경우 △침해행위를 한 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침해행위로 인하여 침해한 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등 총 8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3배 안에서 배상액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박완주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저작권 침해 영역에서도 경우에 따라 이 같은 강도 높은 처벌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피해 기업의 충분한 보상을 보장하고, 저작권 침해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콘텐츠 업계가 꾸준히 외치던 '불법 콘텐츠 복제·공유 처벌 강화'의 현실화 방안이자,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해적질'을 억제하기 위한 선제 조치다. 이로써 국내 지식재산권 제도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한층 공고한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