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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인스타카트가 공모가 주당 30달러로 출발해 주당 33.70달러로 마감하며 거래 첫날 12.33% 상승했다. 주가 상승에 따라 인스타카트의 시가총액은 약 112억 달러(약 14조8,792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인스타카트 최대 주주인 벤처캐피탈 세쿼이아(Sequoia)와 인스타카트 전 CEO 아푸르바 메타(Apoorva Mehta)는 큰 평가 수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인스타카트의 호조가 침체한 IPO 시장에 활기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려 속 IPO, 상승 마감으로 논란 불식
주당 30달러로 출발한 인스타카트 주가가 12.33% 상승 마감해 경기 침체 속 IPO 진행과 상장 직전 공모가 상향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 지난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희망 공모가를 주당 26~28달러로 제출한 인스타카트는 지난 15일 희망 공가를 주당 28~30달러로 상향한 바 있다. 인스타카트가 제출한 주당 최고액 30달러 기준 인스타카트의 평가 금액은 100억 달러(약 13조2,850억원)다.
미국 PE 운용사 모닝스타의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 알리 모가라비(Ali Mogharabi)는 “인스타카트가 상향한 주당 30달러는 작년 총매출 대비 약 3.9배에 해당하는 밸류에이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상장된 동종 기업의 매출 대비 약 3배로 거래되는 것을 볼 때 동종 기업보다 약간 높은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인스타카트의 성공적인 IPO와 거래 첫날 상승 마감에 따라 최대 주주 세쿼이아와 인스타카트 전 CEO 아푸르바 메타의 지분 평가 금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 10년간 인스타카트에 투자한 세쿼이아는 19일 마감 기준 약 19억3,100만 달러(약 2조5,653억원) 가치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메타가 보유한 지분 가치는 약 9억7,300만 달러(약 1조2,926억원)다.
밸류에이션 하락, 손실 본 투자자도 있어
반면 후기 라운드에서 인스타카트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투자 손실을 입게 됐다. 투자 전문 씽크탱크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인스타카트는 약 390억 달러(약 51조8,115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다. 19일 마감 기준 인스타카트 시가총액은 약 112억 달러(약 14조8,792억원)로 상장 전 마지막 투자 라운드였던 2021년에 비해 약 70% 하락했다. 2021년 라운드에 참여한 투자자는 투자 손실을 본 셈이다.
피치북 데이터는 주당 30달러로 평가됐던 2018년 시리즈 F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부터 일부 투자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2020년 138억 달러(약 18조3,333억원)의 밸류에이션으로 시리즈 G에 합류한 투자 전문 기업 DST글로벌과 제너럴 캐탈리스트(General Catalyst)가 대표적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기술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됐던 2020~2021년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일부 손실을 봤지만, 인스타카트의 IPO 실적은 기술 기업 상장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IPO까지 여정, 그리고 전망
일명 '미국의 마켓컬리’로 불리는 인스타카트는 오랜 시간 동안 IPO와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매체 인포메이션은 인스타카트가 2021년부터 IPO를 위한 S-1 서류 작업을 시작했고, 경쟁기업 도어대시(DoorDash)에 회사 매각 진행을 검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인스타카트는 2020년 7,000만 달러(약 930억원)의 순손실, 2021년 7,300만 달러(약 9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인스타카트는 매출 대비 기업 가치 평가를 위해 구조조정과 광고 사업 진행을 통해 지난해 4억 2,800만 달러(약 5,658억원)의 이익을 거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인스타카트의 작년 광고 사업 부문 매출은 약 4억7,000만 달러(약 6,243억원)로 작년 총매출의 29%에 달한다.
인포메이션은 인스타카트가 고객에게 전달되는 피드 공간에 광고 상품을 추가하는 것 외에 앨버트슨(Albertsons), 크로거(Kroger) 등 북미 대형 식료품 체인 기업에 지분을 매각해 영업외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인스타카트의 전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모가라비는 “인스타카트의 지분 매각은 이번 IPO를 진행하는 데 재무적인 도움을 줬으며, 대형 식료품 체인과 협력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인스타카트의 지분을 매수한 기업들이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매각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제안했다.
한편 시장은 인스타카트의 호조를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인스타카트가 거래 첫날 장중 43%로 상승하기도 하는 등 IPO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인스타카트의 IPO에 대해 “다시 깨어나는 IPO 시장 시그널”로 평가해 IPO 시장 반등을 기대했다. 20일엔 마케팅 자동화 기업 클라비요의 상장이 예정돼 있으며, 독일 신발 전문 기업 버켄스탁(Birkenstock), 베트남 IT 기업 VNG도 뉴욕 증시 IPO를 준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피치북의 이커머스 애널리스트 에릭 벨로모(Eric Bellomo)는 “IPO 시장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 성장하려면 금리,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자본시장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