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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인수합병(M&A)된 벤처·스타트업 10곳 중 8곳이 수도권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투자는 물론 M&A마저 수도권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우리나라 법이 M&A를 강력하게 묶고 있단 점도 지적 대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는 스타트업도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협회 "M&A 기업 81.3%가 수도권 소재"
벤처기업협회는 10일 2021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피인수 또는 피합병으로 벤처확인서를 재발급받거나 벤처 요건을 상실한 64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1.3%인 52개 기업이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M&A를 통해 다른 기업을 합병한 벤처기업 14곳 중에선 단 1곳을 제외한 12곳(92.9%)이 수도권에 위치했다. 이와 관련해 벤처기업협회는 "이번 분석은 벤처확인서 재발급이나 취소를 통해 파악된 M&A건에 한정된 것으로 벤처M&A의 특성을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M&A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 등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선 M&A가 됐거나 M&A를 주도한 벤처기업 78개사의 업력과 고용 등 일반적인 특성도 함께 분석됐다. 그 결과 설립부터 M&A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11.1년이었으며, 타 기업에 피합병된 벤처기업들의 평균업력 14.4년이었고 타기업을 합병하는 벤처기업들의 평균 업력은 5.6년이었다. 이외 M&A 직전년도 평균 상시종업원 수는 97.8명이었으며 M&A가 이뤄지기 전 3년간 종업원 수는 평균 24.9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 연구개발비는 9억원으로 3년간 2억1,400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이나 콘텐츠·플랫폼 생산업종에서 가장 활발했다. 표준산업분류 대분류 기준으로 분류할 경우 정보통신업(46.2%), 제조업(39.6%), 도소매업(6.4%) 순이었고, 주생산품을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 콘텐츠·플랫폼(41.0%), 바이오(6.4%), 전기·전자(3.8%), 반도체장비(3.8%) 순이었다. 이에 대해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향후 민간주도 벤처확인제도를 통해 누적된 벤처기업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벤처기업 전반에 대한 M&A 현황을 파악하고 벤처기업 M&A 생태계의 제도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M&A,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활발해"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콘텐츠 분야에서 M&A가 가장 활발했다는 점이다. M&A의 구심점 역할이 어떤 특출난 서비스, 기술 등이 아닌 소설, 만화, 영상물 등 콘텐츠에 편중돼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M&A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투자가 대표적이다. 앞서 하이브는 미국 힙합 레이블 QC뮤직(QC미디어홀딩스)과 엔터테인먼트 기업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들은 다른 엔터 기업 및 음반사를 인수한 뒤 본사 산하에 다양한 제작사를 두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시장의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과 손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국내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사 람다256에 투자했다.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웹3.0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게임 산업,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 등에 진출하며 사업 및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음원 저작권 조각투자와 같이 새롭게 형성된 시장에도 합병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영상 콘텐츠 기업들 역시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이미 미국 디즈니는 21세기폭스를, 아마존은 MGM을 인수하고 나섰고, 국내 OTT 플랫폼 티빙도 KT 시즌을 흡수 합병하고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등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진출로 눈 돌리는 기업들
이런 가운데 앞으로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M&A에 제약이 짙은 국내보단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외에 진출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 더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창업에서 IPO(기업공개)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평균 14.4년으로 매우 길고 M&A의 비율이 낮아 엑시트(투자금회수)가 어려운 시장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투자 회수 시장이 타국에 비해 매우 불균형한 성장 패턴을 보인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국내 스타트업의 자금 회수 유형 및 비율은 회수 금액 기준 IPO가 97.7%, M&A가 2.3%를 차지한다. 미국이 IPO가 75.82%, M&A가 24.18%인 것과는 상당히 대조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국가로 평가받는 독일은 스타트업의 90%가 M&A를 통해 엑시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경을 뛰어넘는 M&A 사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영상 시청 플랫폼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수월해졌다는 점이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급할 환경이 조성된 만큼 시청자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제작사들의 몸값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글로벌 M&A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웹툰과 웹소설 산업에서는 이미 글로벌 M&A가 활발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웹툰·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 타파스, 래디쉬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네이버웹툰도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콘텐츠 기업들이 스토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 IP와 작가를 보유한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